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관세사인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1년이었다. 한해 전 제17회 관세사시험 합격후, 구경관세사법인에서 실무수습을 거쳐 남경관세사무소에 둥지를 툰 ‘신입’ 관세사였다.
15년이 지난 현재 그는 일반 고시 출신 관세사로는 최초로,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국내 관세 파트너인 관세법인에서 리더로 일하고 있다. 유정곤 딜로이트 덕진관세법인 상무(관세사)가 그 주인공이다.
남경관세사무소에 이어 2002년 법무법인 충정에서 9년간 근무한 그는 2011년 글로벌 회계 법인인 딜로이트의 한국 관세 파트너인 딜로이트 덕진관세법인이 설립되면서 합류했다. 딜로이트는 전세계 150여개국에 걸쳐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회계감사·세무·금융자문·컨설팅 업무를 수행한다.
‘관세사’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국내 유일의 국가전문자격사로, 수출입 화주로부터 의뢰를 받아 관세사의 직무와 그에 따른 법률적 제반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직업의 정의보다, 다양한 전문직종 가운데 평균 연봉이 변리사, 변호사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는 점이 알려졌다. 기업도 관세사라고 하면 세관을 통해 진행하는 수출입통관 업무를 대행해주는 사람으로만 기억한다.
유 상무는 “수출입통관은 관세사의 다양한 업무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저는 기업구제와 자유무역협정(FTA) 활용지원 등 관세 컨설팅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관세 컨설턴트의 길은 힘들다. 일반인보다 수입이 많지만, 숨쉴틈 없이 바쁜 그의 일정을 보면 오히려 부족함을 느낀다.
관세 관련 지식 취득은 물론,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트렌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공부도 해야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관세사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입이 보장되는 수출입통관 업무에 매달린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관세사 수는 1800여명인데, 유 상무처럼 15년 이상 관세 컨설팅만 수행한 관세사가 국내에 10명도 채 되지 않는 현실은 이 업무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신입 시절 고생하는 유 상무를 지켜본 선배들이 그에게 편한 길을 가라고 충고했을 정도다. 왜 불모지의 길을 택했냐는 질문에 그는 짧게 “남이 안하니까”라고 답한다.
유 상무가 승소를 이끌어낸 대표 사례로는 270억원 규모의 LG전자의 적층식 메모리 반도체(MCP) 품목분류 소송과 65억여원에 달하는 메이야율촌전력의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용 원동기인 가스터빈과 증기터빈 품목분류 소송, 21억여원에 달하는 여천NCC의 나프타 수입 과세가격 소송을 들 수 있다.
이들 소송은 언론에도 크게 보도됐다. 딜로이트가 그를 낙점한 배경은 다른 이들에게서 얻을 수 없는 이런 풍부한 경험 때문이었다.
그는 “딜로이트 덕진관세법인은 20~3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관세 공직 출신 관세사, 일반 고시 출신 관세사, 미국 변호사, 영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면서 “딜로이트 한국내 회계 파트너인 안진회계법인의 회계사,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가와 전 관세청장, 세제실장, 조세심판원장 등 출신의 고문단과 긴밀한 네트워크 협업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 컨설팅 시장은 △통관위주의 관세법인 △주요 법무법인 소속의 관세팀 △딜로이트 덕진관세법인과 같이 글로벌 회계법인의 한국내 파트너인 전문 관세컨설팅 법인이 주도한다.
유 상무는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통관 위주의 관세법인과 주요 법무법인(로펌)의 관세팀은 태생 및 업무의 목적상 각각 통관업무(수출입신고 대행)와 소송업무(행정 및 형사 소송)가 업무의 중심"이라며 "반면 우리는 오직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컨설팅만을 수행하기 위한 전문가 집단이어서 집중적이고 포괄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딜로이트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그가 관심을 갖는 분야는 FTA다. 유 상무는 “세계적으로 FTA 체결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다국적 기업과 관련된 이전가격 및 FTA 업무는 다국적기업 본사 등 소재국과 FTA를 체결한 상대방 국가 등에 대한 관세, 무역, 기타 조세법령 및 제도와 실무적 사항을 확인하거나 분석이 필수"라며 "전문 컨설팅을 위해 글로벌 차원의 네트워크가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저는 이들 전문 업무에 대한 실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전문가 집단인 관세무역 그룹(C> Group)의 한국 관세 담당으로 업무를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은 비용부담 때문에 관세 컨설팅 신청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유 관세사는 컨설팅 비용을 아끼려다,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는 피해를 당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그는 중소기업에 FTA와 관세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관세청, 대한상공회의소, 코트라(KOTRA), 한국생산성본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FTA 및 관세 문제를 상담해주는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유 상무는 “대학에서 무역을 전공했고, 대학원 석·박사 과정도 국제무역으로 마쳐 군대생활을 제외하면 20년간 관세와 무역을 공부하고 업으로 삼아왔지만 컨설팅은 지금도 어렵다"며 "관세와 무역은 학문의 위치보다, 실무의 위치가 강해 끊임없이 새로 변화된 것을 잡아야 하고, 이를 전문성있게 숙지해야 상대방을 컨설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세계무역기구(WTO) 및 FTA 등 자유무역으로 나아가고 있어 컨설팅도 관세 중심에서 다양한 무역 관련 컨설팅, 무역 쟁송, 물류 선진화, 타국의 특정 산업의 비관세장벽 등에 대한 해결 등의 업무로 발전해야 한다”며 “관세와 함께 무역과 통상적인 부분에 대한 컨설팅을 확대해 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