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새누리당 내 '공천 살생부' 파동이 김무성 대표의 사과로 어정쩡하게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당 최고위원회는 아예 공천에서 배제되는 현역의원들의 명단이 아예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29일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정두언 의원과 김 대표 간 말이 달라 파문은 쉽게 가라앉기 힘들 전망이다.
당초 정 의원이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역의원 40여 명의 이름이 포함된 이른바 공천 배제 명단을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사가 김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들었다"고 말하면서 이 사태가 불거졌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문건을 받거나 들은 바 없다"고 부인하면서 김 대표와 정 의원 간 진실공방이 확산됐다.
◆ 김무성 "심려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문건 받은 것은 전혀 사실 아냐"
이날 오후 새누리당은 비상 의원총회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정두언 의원과 김무성 대표의 입장을 각각 들은 후 사태를 수습하고 나섰다. 이 때 두 사람의 '대질신문'이 이뤄질 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정 의원이 참석한 최고위 회의를 김 대표가 불참했다. 그리고 정 의원이 회의실을 나간 후 김 대표가 회의에 뒤늦게 합류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 회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당사자이기에 저를 제외시키고 정 의원을 불러 상황을 조사했다고 한다"면서 "당 대표로서 국민과 당원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정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하고, 공천과 관련해서 공정성을 저해하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 클린공천위원회가 즉각 조사해 엄중히 처리하기로 한다는 최고위의 결정사항도 수용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떠돌아다니는 얘기에 대해 정 의원에게 말한 건 사실"이라며 "문건을 받은 것처럼 잘못 알려진 데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고, 정 의원도 확인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당 최고위원회는 일단 김 대표의 사과로 이 문제를 덮고 가기로 했다. 대신 공천에서 흑색선전, 유언비어 유포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기로 의결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단 대표께서 사과하고 수용하신 것으로 했으니까 이 문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게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공천과 관련해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유포하거나 또는 마타도어, 흑색선전으로 인해 자기가 공천에서 이득을 취하거나 상대방에게 불이익 주려는 모든 언행에 대해 그게 잘못으로 드러났을 경우, 공천에서 불이익을 줄 수 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김을동 최고위원 역시 "실체가 있어야 해명을 하든 말든 하는데, 유언비어 수준, 찌라시(사설 정보지) 수준을 가지고 (그러나)"라며 "아 그런가보다 하고 묵살해버리면 되지 이걸 갖고 떠드는 것 자체가 정말 못마땅했다"고 말했다. 최고위 회의 도중 김 최고위원은 회의장 복도까지 들릴 정도로 언성을 높였다.
◆ 정두언 "김 대표, 공천장 도장 안 찍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두언 의원은 자신이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김 대표와 말이 엇갈리고 있다. 진실공방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채, 사태가 찜찜하게 마무리된 것이다.
정 의원은 최고위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가 강조했던 것은, 나는 그런 일(현역 40명 공천 배제)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끝까지 도장을 안 찍겠다는 것"이라며 김 대표가 '살생부'를 언급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25일 K교수와 조찬을 하면서 김 대표 측근에서 이와 같은 얘기를 들었다고 전달받았다"면서 "이후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관련 내용으로) 전화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K교수는 김 대표의 호출로 직접 김 대표를 만나 관련 내용을 들었다. 또한 친박계 핵심 인사라는 명단의 출처에 대해선 "대표실 쪽에서 '청와대 수석'이라고 들리는데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26일 본회의장에서도 김 대표는 K교수한테 들은 얘기와 대동소이한 얘기를 했다"면서 "끝끝내 공천장에 도장을 안 찍고 버티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굉장히 격앙되셨다"고 전했다. 문건을 받지 않았다는 김 대표의 대답과 관련해서도, 직접 명단을 받는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과 김 대표 간 신경전에 대해서도 정 의원은 "좀 이해가 안 가는 것 투성이"라며 "공관위원장을 대표가 임명하는데 임명받은 사람하고 임명한 사람이 왜 싸우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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