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섬. 사라진 사람들’ 박효주, 아직도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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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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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 염전노예사건을 제보를 받아 섬으로 잠입취재를 하는 공정뉴스TV 이혜리 기자 역을 열연한 배우 박효주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아직도 성장기다. 데뷔 15년 차 배우지만 연기에 있어서는 아직 고민이 많다. 찾아야 할 이유나 빠져나가야 할 편견들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힌다. 그럼에도 박효주는 결코 주저앉거나 물러서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걸음은 바지런하고 또 올곧다. 배우 박효주는 아직 성장하고 있다.

최근 박효주는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감독 이지승·제작 ㈜시네마팩토리·제공 산수벤처스㈜·배급 ㈜콘텐츠판다) 개봉을 앞두고 아주경제와 만났다.

“사실 영화 시사회라고 떨고 긴장하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시사회 전, 어떤 기자를 만났는데 그분이 ‘우리 직업을 연기한 거네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 말에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기자를 다룬 영화를 기자들에게 보여주다니(웃음). 그제야 긴장되더라고요.”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 염전노예사건을 제보를 받아 섬으로 잠입취재를 하는 공정뉴스TV 이혜리 기자 역을 열연한 배우 박효주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은 염전 노예사건 관련자가 전원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기자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사건 현장을 모두 담은 취재용 카메라 역시 종적을 알 수 없이 사라져 미궁 속에 빠진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사건 목격 스릴러’다. 극 중 박효주는 사건을 파헤치려 애쓰는 공정뉴스TV 이혜리 기자 역을 맡았다.

“한 번쯤 여기자 역을 해보고 싶었어요. ‘데이비드 게일’이라는 영화 속 케이트 윈슬렛이 정말 멋있는 거예요. (극 중 케이트 윈슬렛은 데이비브 게일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기자로 나온다) 그 영화의 잔재가 있어서 그랬는지 기자에 약간의 로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민낯에 가까운 얼굴에 두꺼운 패딩 점퍼를 걸친 사회부 여기자. 그는 “꾸밈없는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를 느꼈고 “포장지가 하나도 없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으로 몇 날 며칠을 고민했었다.

“혜리가 왜 이렇게 움직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왜 그럴까? 정당성이 없는 건 아닐까? 혼자 이유를 만들려고 했었죠. 당연히 트라우마 정도는 있어 줘야 한다고 여겼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감독님이 제 얘길 듣더니 ‘그냥 이 사회에 정의로운 인물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아, 그렇구나. 돈이나, 명예를 떠나서 이렇게 정의로운 사람도 있을 수 있구나 하고요.”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 염전노예사건을 제보를 받아 섬으로 잠입취재를 하는 공정뉴스TV 이혜리 기자 역을 열연한 배우 박효주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이지승 감독의 한마디는 이제까지의 방식을 뒤엎는 새로운 제안과 같았다. 박효주는 혜리라는 인물을 다시 돌아보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과 정의로운 것에 대한 정의”를 새로 내리려고 했다.

“정의로운 것이 대단한 게 아니더라고요. 정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뭔지 알지만 지키지 못한 부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심이 있어서 꺼지지 않는 그 어떤 것. 그게 정의의 한 가닥인 것 같아요.”

어지럽게 쏟아져 있던 캐릭터며 잔 정보들 사이로 박효주는 다시 중심을 잡아갔다. 새로 내딛는 걸음은 꽤 가벼웠다. 그야말로 “첫 소통의 단추”인 셈이었다.

“저와 비유하려고 노력했죠. 연기 생활하면서 진실해지고 싶고 캐릭터를 위해 어떤 점을 희생하거나 무모하게 도전하는 것들을 돌이켜 보니 혜리의 입장과도 닿아있더라고요. 이것도 직업의식 중 하나겠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은 세계라는 느낌이요. 소통되고 나니까 용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 염전노예사건을 제보를 받아 섬으로 잠입취재를 하는 공정뉴스TV 이혜리 기자 역을 열연한 배우 박효주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섬. 사라진 사람들’은 메이킹 영상 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뉴스 영상,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기법으로 사건 취재의 현장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도록 의도했다. 주로 공포영화에서 사용되었던 이 촬영기법은 스릴러와 접목해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을 완성했다.

“큰 스크린으로 메이킹 영상 기법을 본다는 게 독특했어요. 그게 이 영화를 선택한 큰 이유 중 하나죠. 연기하는 부분에도 다른 점이 많았어요. ‘레디’가 없어졌다고 할까요? 예전에는 생각할 게 많았다면 ‘섬’에서는 계속, 끊임없이 움직여야 했죠. 그러다 보면 제 모습이 마구 찍혀있어요(웃음).”

너무도 베테랑이었던 배우들과 낯선 촬영 방식 덕분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박효주를 비롯해 배성우, 최일화, 리민 등 배우들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게 낯설었고 저도 모르게 “카메라를 가리지 않으려고 애썼” 다. 카메라를 의식한다는 것이 이들에게는 오히려 어려움으로 작용한 셈이다.

“생각보다 카메라를 보고 연기하는 게 너무 이상하더라고요. 함께 떼 신을 찍을 때도 배우들이 몸을 다 비스듬히 하고 있고. 카메라 안 가리려고! 하하하.”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 염전노예사건을 제보를 받아 섬으로 잠입취재를 하는 공정뉴스TV 이혜리 기자 역을 열연한 배우 박효주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극 중 혜리는 지금까지 박효주가 보여준 여성 캐릭터와는 조금 다른 인상이 있다.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3’ 이민정이나 ‘타짜2’ 작은 마담처럼. 쿨하고 강한 ‘언니’의 이미지를 벗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사회부 기자가 된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건조한 투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는 기자의 말에 박효주는 “그 옷을 입으니 그렇게 되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러블리한 의상을 입으면 말투도 더 사랑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황토색 점퍼를(극 중 혜리는 시종 황토색 점퍼를 입는다) 입는 순간! 러블리함은 무슨…(웃음). 의상이나 소품 하나하나가 제게 도움을 준 것 같아요. 기자들이 촌스럽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외적인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것 외에도 혜리에게는 신경 써야 할 게 많으니까요. 촬영하는 내내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어요. 그 동네에서는 색깔만 조금 더 고와도 튀어 보이더라니까요.”

극 중 혜리는 달리고, 구르고, 내팽개쳐지면서 더욱 단단해졌다. 그건 박효주도 마찬가지였다. 거칠고 혹독한 몸싸움이나 고독한 싸움을 지속하면서 오히려 박효주는 ‘섬’ 배우진과 스태프들에게 더욱 친밀함을 느꼈다.

“함께 고생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더라고요. 가끔 세팅된 무대에서 연기하다 보면 주변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섬’ 같은 경우에는 함께 달리고, 함께 구르다 보니 더욱 가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죠. 촬영 감독님은 연기도 같이 해주셨어요 하하. 배우들보다 스태프들이랑 더 친해진 것 같아요. (이)현욱이 같은 경우는 밥도 촬영 감독님이랑 먹고 그랬다니까요.”

박효주에게 ‘섬’은 터닝포인트였다. “타성에 젖어 익숙해질 무렵 찾아온 신선함”이었다. 촬영 전날 잠도 못 이룰 정도로 “긴장했던 순간은 오히려 신나는 기억”으로 남았다.

“또 다른 도전이었죠. 큰 공부를 한 셈이에요. 작품을 대하는 태도나 사람과 작업을 하는 것에 있어서 변화를 겪은 것 같아요. 마지막 촬영에서 울컥한 기분을 느꼈는데 그런 감정은 ‘별순검’ 이후 처음이었어요. 함께한다는 것은 이런 거지. 맞아 그런 거지. 스스로 되뇌는 시간이었죠.”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 염전노예사건을 제보를 받아 섬으로 잠입취재를 하는 공정뉴스TV 이혜리 기자 역을 열연한 배우 박효주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최근 박효주에게는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다시금 연기에 대한 설렘을 느끼게 한 작품 ‘섬’을 만난 것과 결혼이었다. 그는 결혼으로 인해 감성과 감정에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고 그로 인해 연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 변화는 앞으로의 역할이나 연기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의 질문에 박효주는 꽤 명쾌하게 “그렇다”고 답한다.

“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거니까요. 그 감정이 더욱 깊어지길 바라는 거죠. 감정의 변화는 개인의 삶과 함께 연기까지 성장시켜주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도 성장기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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