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이 됐다. 한국 기업들도 공장이나 인력관리 측면 뿐 아니라 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구사할 수 있는 시프트(Shift)가 필요하다”
지난달 19일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만난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 법인장(사진)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막연한 체인지(Change, 변화)가 아닌 시프트(Shift, 변화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법인장은 “작년 중국의 GDP 성장률이 6.9%에 그쳤지만 서비스 부문은 8%가 성장했다. 중국경제가 신창타이(新常態, 뉴노멀)를 외치며 중속성장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기업은 빨리 시프트를 해야한다. 이유는 죽는 시장이 있는 반면 새로 나타나는 시장이 있다. 우리 기업들도 기존 공장관리 중심에서 마케팅과 시장을 관리하는 분야로 바뀌어야 한다. 제조업도 서비스를 접목해 신 시장을 개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우리나라를 비롯 대다수 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저렴한 인건비로 찾았다면 이제는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며 “즉 가공무역 위주에서 내수공략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현지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예를 들어 옷을 만드는 사업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한국과 중국인의 체형이 다르다. 그런 만큼 디자인 연구소가 먼저 중국에 와 있어야 한다”면서 “즉 공장건립보다 먼저 중국인이 좋아하는 색과 체형을 분석하는 현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제조업이 업그레이드가 돼야 한다. 중국이 어려운 시기에 들어왔다 해도 중국을 포기할 수 있느냐”며 반문하고 “오히려 올라타야 한다. 우리가 중국을 떠나면 갈 곳이 없다.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프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법인장은 중국의 까다로운 진입장벽을 역으로 이용할 경우 오히려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식품이나 화장품, 의료기기 등은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인증이 까다롭고 통과하기가 어렵다”면서 “어렵다고 포기하면 안된다. 인증은 우리나라 제품만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내 인증이 까다로운 산업은 수입수요가 높다”면서 “중국에 진출할 때의 장벽은 다른 사람에게도 장벽이다. 내가 잘 넘으면 다른 경쟁자들을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하게 돼 내수 시장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 법인장도 중국 현지 파트너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중국은 언어나 시장 장벽이 높아 현지 파트너를 잘 잡는게 필요하다”면서 “예전에는 중국의 시장구조라던가 파트너들의 횡포가 심해 기업들이 단독진출을 했지만 지금은 현지 파트너를 잡는게 트렌드다. 이는 마케팅 차원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성과중심의 포상제를 운영해 고급 인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한다.
최 법인장은 “중국인들은 50위안만 더 줘도 회사를 옮기는 경향이 있다. 중국에서는 숙련된 노동력을 구하기 어려운데 국내 기업들은 고급 인력을 잘 빼앗긴다. 인력관리 쇄신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중국은 직급에 따라 임금격차가 크며 객관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확실한 성과주의에 나서는 반면 우리는 이를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법인장은 마케팅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 지난해 광군제의 에피소드를 설명했다. 지난해 유니클로는 광군제 하루에만 6억위안어치의 물건을 팔았다. 최 법인장은 판매 액수보다 더 중요한 뜻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우선 알리바바가 1초에 12만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IT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또 유니클로는 광군제를 대비해 1년 전부터 중국에 들어와 철저히 시장을 분석했다는 점을 주의깊게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마케팅은 오프라인에 온라인을 덧붙인 수준에 불과하지만 중국의 온라인 마케팅은 독립적일 뿐 아니라 규모도 크고 핀테크 기술도 훨씬 앞서 있다”며 “우린 아직도 매장을 생각하고 있다. 중국은 온라인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는 곧 마케팅도 시프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