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들이 인플레이션 목표치 상향 조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동안 세계경제 성장 둔화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왔지만 최근 저물가와 저금리를 탈출하기 위한 해법으로 인플레이션 상향 조정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시경제를 분석하는 국제기구들조차 앞으로 세계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 지 정확한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경제 상황이 극과 극을 달리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우 올해 세계 경제가 최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속적으로 디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하며 경각심을 높였다.
세계 경제의 위험 요소로는 일본의 물가하락(디플레이션), 유럽 은행 무수익여신(NPL) 증가, 신흥국 가계부채 증가, 미국 기반시설 미달 등을 꼽았다.
하지만 IMF는 이달 들어 경제전망 노선을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치 상향으로 바꿨다. 실질금리를 인하할 수 없는 상황을 피하고 위기대응 여력을 위해 물가목표를 4%로 권고하고 나선 것이다.
IMF는 현 시점에서 디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최선의 수단은 오히려 물가목표를 높여서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새로운 디플레이션의 출구전략인 셈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역시 경제 여건과 관계없이 인플레이션 목표 2%를 달성하려면 금융시스템에 왜곡을 초래한다며 시장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IMF 권고안에 힘을 실었다.
다만 IMF의 이같은 권고에도 다른 국제기구들은 반응이 제각각이다. 인플레이션 상한선인 2%대 물가를 높여 잡는 것은 일본이나 유럽 등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 중인 국가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다나시우스 오르파니데스 전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은 “ECB가 물가목표를 달성한다는 경제주체 기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이를 변경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우 일본의 고령화에 초점을 맞췄다. 인플레이션 상향이 쉽지 않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OECD는 일본의 15∼64세 인구는 1990년대 중반 8700만명에서 올해 7700만명으로 1000만명 감소한 부분에 주목했다.
OECD는 “일본의 인구 감소는 주택과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인구가 줄었다는 것”이라며 “수요와 물가를 끌어올릴 능력이 제약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용어설명>
◆인플레이션 =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다. 인플레이션율은 전년도 대비 물가지수 상승률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 하에서는 현금이나 현금에 준하는 자산을 소유하면 손해를 입는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높을수록 채무자의 채무액 실질가치는 하락하기 때문에 채무자에게 인플레이션은 빚을 탕감해주는 우군으로 표현된다.
◆디플레이션 =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다. 디플레이션 하에서는 주가는 하락하고 부동산 가격도 하락한다. 현금이나 현금에 준하는 자산이나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채무자 채무액 실질가치가 증가하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은 채무자의 적으로 인식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