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업대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관련 예산을 확보해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올해 추가경정(추경) 예산도 사실상 어려운 가운데 실업대란을 피할 수 있는 묘수를 찾을지 관심이다.
실업대란은 이미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구조조정 대상 1순위로 떠오른 조선업계는 지난해 1만5000여명이 일터를 떠났다. 수주 급감에 해양플랜트 악재까지 겹치면서 국내 대형 3사 대규모 구조조정에 협력사 줄도산까지 이어진 결과인 셈이다.
올해는 조선업계에서 더 많은 인력이 실업자로 전락한 위기에 처했다. 업계 스스로도 인력감축에 비중을 두고 있어 전체 고용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제로는 고용 여력이 없는 조선·해운업 등에서 고용이 유지되고, 전체적으로 고용 증가 효과가 나타나는 착시현상이라는 분석이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고용지표가 크게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한나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경제에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한계기업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노동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제조업의 높은 한계기업 비중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실업률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필요한 재원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다만 지금도 적자 재정을 운용하는 마당에 실업충당금을 정부가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추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 발행으로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달 중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으로 구성된 범부처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열어 경기민감 산업 구조조정 현황을 점검하고 추가 취약업종 지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는 구조조정 시 나타날 수 있는 대량 실업에 대비할 예산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실업자들이 생산성이 높은 신산업으로 이동해 경제 전반에 활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조정 성공을 위해선 국책은행 역할이 중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기업 규모별로 한계기업 자산비중을 보면 중소기업은 2010년 3.0%에서 2014년 말 3.3%로 0.3%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대기업은 3.2%에서 6.9로 3.7%포인트나 뛰었다.
이는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노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데다 대기업에 대한 국책은행 금융지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KDI는 분석했다.
정 연구위원은 “민간은행들은 기업이 돈을 제대로 갚지 않으면 구조조정을 하려고 하지만 국책은행은 선제 구조조정을 요구하기보다 기업 회생을 낙관적으로 보고 정부 눈치를 보는 측면이 있어 구조조정이 늦다”며 “기업 구조조정에서 국책은행이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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