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시골편지] 삼강주막에서

  • 김경래 시인(OK시골, 카카오스토리채널 ‘전원주택과 전원생활’ 운영)

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오십 전에 한번은
장돌뱅이가 됐어야 했는데
늦었나 보다


메밀꽃 핀 봉평장터나
동강길 따라 가파른 등짐을 지고
묵호 어물전 소금기에 절은 좌판에 주저앉아
얼굴 붓도록 막걸리를 마시다 취하면
늙은 주모 옆구리에서 봄날의 해풍이 불고


떠돌다 맞은 갱년기 어디쯤서 들른
물결에 노을 지는 낙동강 삼강주막
지난 밤 강물 소리에 뒤척이다
눈빛도 못 나누고 스쳐 간 것들


마음에 바람이 인다
먼 곳부터 쑤셔오는 그리움의 뼈마디
한번은 장돌뱅이로 떠돌았어야 했는데
이제는 아예 늦었나보다
너에게로 가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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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모이는 곳에 사람도 모였고 장이 섰다. 장터에는 당연히 주막이 있다. 경북 예천의 삼강나루터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안동을 거쳐 온 낙동강과 문경에서 발원한 금천, 예천의 내성천이 만나는 곳이다. 이곳에는 예전 배를 타고 강을 넘나들던 사람들에게 막걸리와 부침개를 팔고 잠자리를 제공했던 삼강주막이 있다.
1900년 경에 지은 이 주막은 규모는 작지만 그 기능에 충실한 집약적 평면구성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어 건축역사 자료로서 희소가치가 크다.
이곳 주막을 운영하던 유옥연 주모가 지난 2006년 세상을 떠나면서 방치되었던 것을 2007년도에 복원해 지금은 관광지가 됐다. 주막 건물 뒤에는 수령 약 500년인 회화나무가 서 있어 옛 정취를 더해준다. 주막 정자에 앉아 잠깐 장돌뱅이가 돼 본다. 자유롭다.

삼강주막에서 [사진=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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