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수연 기자·오진주 인턴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제집행이 진행되던 무악2구역 재개발 사업 현장을 찾아 공사를 중단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시는 대체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이해 당사자 간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옥바라지 골목’ 보존을 논의하기 위한 사전협의체 진행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고 있으며 그 사이 조합은 공사 중단에 따른 약 2억원의 대출 이자를 지급하는 등 피해만 불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5일 무악2구역 조합 측은 "서울시가 재개발 사업 진행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야 공사를 진행하는데, 서울시는 공사 중단을 선언하고는 대체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공사 중단에 따른 대출 이자를 조합원들이 각각 약 월 250만원씩 부담하고 있다. 사업 중단으로 공사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피해가 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갈등을 빚고 있는 ‘옥바라지 골목’은 일제 강점기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된 독립 운동가의 가족들이 면회를 기다리던 여관이 들어선 곳으로 알려진 서울시 종로구 무악동 46번지 일대를 말한다. 2000년대 이 지역에 재개발 바람이 불었고 2006년 종로구청은 이 지역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조합은 지난해 관리처분 인가를 받아 재개발 사업을 진행했지만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옥바라지 골목’ 보존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사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조합은 주민들을 상대로 낸 명도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주민들에게 지난달 11일까지 자진 퇴거를 요구했지만 주민들이 이에 응하지 않자 지난 5월 17일 강제집행에 나섰다.
강제 집행 사건이 큰 이슈로 떠오르자 박원순 시장이 현장을 찾아 사업을 일시 중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3년 2월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대책'을 통해 ‘재건축 철거에 앞서 적어도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한 다섯 번의 사전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하고, 자치구 주도의 도시분쟁위원회를 열어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는 철거를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면서 "현재 무악2구역은 세번의 협의체만 운영됐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에 의해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사전협의체 진행도 쉽지는 않았다. 조합 측은 “이미 대부분의 재개발 절차가 진행된 상황이어서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며 "대안이 없으니 사전협의체도 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은 장마철에 대비해 배수로 작업을 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옥바라지 골목에 남아있는 주민 최모씨는 “옥바라지 골목이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사라져선 안된다”면서 "마지막까지 골목을 지키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에게 사전협의체에 나오라는 요구는 없었다"면서 "강제집행이 들어오던 지난달 17일을 하루 앞둔 16일 세 번째 협의체가 열렸고 이후 협의체에 참석하라는 얘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시가 마련한 사전협의체 개최는 매번 불발로 돌아갔다. 20일 종로구 관계자는 "강제성이 없는데다 조합과 시민단체, 주민 등의 이견차가 심해 서로 대화가 안 된다"고 털어놨다.
서울시 측은 이번달 대체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대체안에는 서울시 관계자 “조합과 주민, 시민단체 등이 요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전문가 자문을 거쳤다"면서 "이를 토대로 마련한 대체안을 검토 중에 있고 이번 달 내로 조만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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