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화장실 살인' 검찰, 정신질환자 우발적 범행… "여성 혐오 범행동기 보기 어렵다"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검찰이 지난 5월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일어난 '묻지마 살인사건'을 정신질환자의 우발적 범행으로 결론내고 피의자를 재판에 넘겼다. 여성들에 반감이 있기는 했지만 '여성 혐오'를 범행동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김후균 부장검사)는 20대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김모(34)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은 정신병원 치료감호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함께 청구했다.

김씨는 올해 5월 17일 오전 1시께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부근의 한 주점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A(23·여)씨를 흉기로 수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조현병 환자인 김씨가 여성들이 길을 가로막는 피해 망상으로 평소 스트레스를 받았고 한동안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점차 악화한 게 범행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또 사건 이틀 전 자신이 근무하던 음식점 근처에서 한 여성이 던진 담배꽁초가 신발에 맞은 상황이 범행의 직접적인 동기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불안 증세가 시작됐다. 2003년 이후에는 신경과민 증세로 병원 진료를 받았고, 2009년 8월 조현병 진단을 받아 6차례 넘게 입원치료가 이뤄졌다. 지난해부터는 피해망상과 환청 증세까지 겪었다. 하지만 김씨는 치료를 임의로 끊었고 가족이나 주변의 도움 없이 방치됐다.

올 3월에는 강남 일대의 빌딩 계단이나 화장실에서 먹고 자는 등 노숙생활을 했다. 김씨는 검찰에서 "여성들이 길에서 앞을 가로막아 지각을 했다. 빌라 2층에 거주하면서도 3층이 아닌 4층에서 여성 발소리가 들리는 환청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가 여성에 대한 반감과 공격성을 보이고 있지만 '여성 혐오' 범죄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김씨 휴대전화에서 여성 비하와 관련된 말을 검색한 기록은 없고, 여성 관련 자료와 성인물을 수 차례 검색한 사실이 확인됐다. 과거에 자신의 어머니가 소개한 여성과 교제한 적도 있었다.

검찰 측은 "김씨가 조기에 정신질환을 치료받지 못한 상태였다. 사회적 관계가 거의 끊어지며 증세도 점점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향후 재판절차에서 피해자 진술권을 보장하고 엄정한 형이 선고되도록 철저히 공소유지를 할 방침이다. 김씨가 수사과정에서 냉정한 태도를 보이며 반성과 죄의식이 결여된 것으로 보여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