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목당(牧堂) 이활(李活)은 9월 8일로 55세의 생일을 맞았다. 1·4 후퇴로 피난을 와서 아내를 잃은 그였다. 5세나 위인 아내였으나 그녀가 살아 있을 땐 생일이면 떠들썩했었다. 비록 목당은 자부(子婦, 며느리)가 정성껏 차려주는 상이기는 했으나 목당은 어딘가 쓸쓸하고 허전하기만 했다.
7월 27일, 휴전이 성립되고 8월 15일에는 서울 환도(還都) 선포가 있자 피난민들은 짐을 꾸리고 제가끔 자기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서울 사직동 집은 아들 병린(秉麟)이 영등포에 있으면서 손질을 하고 해서 언제든지 들 수 있게 되어 있다고 하므로 목당은 부산에 만류할 사람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서울이라도 반가이 맞아줄 사람도 없지만 부친을 하루라도 편안히 모시기 위해서는 서울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주변의 아는 사람들이 하나둘 서울로 떠버린 9월 들어 목당도 서울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아들 내외 손자들이 왁자지껄하여 집에 돌아온 푸근함이 없지는 않았으나 허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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