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5일 당 대표로서의 첫 데뷔 연설에 나섰다. 외부로부터의 국회 개혁, 호남에 대한 사과와 통합에 대한 메시지가 연설에 담겼다.
그러나 야당은 이 대표의 연설에 청와대에 대한 비판이 빠졌다면서 '후안무치', '대통령 아바타 연설' 등의 표현이 섞인 비난을 쏟아냈다.
◆ 이정현, 9월 중 국회 개혁 TF 구성 제안…"호남과 화해하고 싶다"
이 대표는 이날 20대 정기국회의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의 첫 주자로 나서 "국회 70년 총정리국민위원회를 1년 시한으로 설치해서 혁명적인 국회개혁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9월 중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자고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민주화된 사회에서 의원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은 황제특권"이라며 "이제 지체없이 내려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댓글을 바탕으로 "많은 국민들은 국회야말로 나라를 해롭게 하는 국해(國害)의원이라고 힐난한다"며 국회의원들의 고압적 자세 등 '갑질' 행태를 나열하기도 했다.
또한 눈에 띄는 연설 대목은 '호남'에 대해 사과한 부분이다.
이 대표는 이날 "호남 출신 당 대표로서가 아니라 보수 우파를 지향하는 새누리당의 당 대표로서 호남과 화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호남지역의 표심을 잡기 위한 포석을 깐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호남을 차별하고 호남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면서 "새누리당 대표로서 이 점에 대해 참회하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호남도 주류 정치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이 또 한번의 재도약을 위해 호남과 새누리당이 얼마든지 연대정치, 연합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야당을 향해 "대선불복의 나쁜 관행을 멈추자"며 협력도 당부했다.
"서로 집권 경험이 있는 여야가 이제는 역지사지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말한 그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더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못한 점, 국민이 뽑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던 것 역시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야당 의원들을 향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화끈하게 한 번 도와달라"고도 덧붙였다.
야당과 대립 사안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언급하며 "총리를 비롯한 안보 장관들은 안보 협력을 위해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 지도부에도 북한과 테러 등 안보에 관한 정보를 적시에 보고해 달라"고도 요구했다.
이밖에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 등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철저한 준수, 각급 기관의 감사와 조사문화 개선, 국민 의견이 반영된 개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상권 보호, 안전사고 근본대책 마련 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野 "후안무치·대통령 아바타 연설…아직도 靑 홍보수석인 줄 아나"
반면 야당은 이 대표의 연설 직후 청와대에 대한 비판이 빠져있는 데 대해 한 목소리로 냉소와 비판을 쏟아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집권여당 비전', '국정실패 자성', '민생고통 대책'이 없는 3무(無)의 남 탓 연설이었다"고 비난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정치 불신을 조장하고 의회정치를 부정하는 반정치적·반의회주의적 연설이었고, 특히 집권여당의 책임을 망각한 후안무치한 연설"이라며 "이정현 대표는 아직도 자신이 청와대 홍보수석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어리둥절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 논란과 전날 박 대통령의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 등이 빠져있음을 지적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연설에는) 민생을 운운하면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야기한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비판은 전혀 없다"면서 "어떻게 정부를 견제하고 국감을 잘 할지를 언급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치혁명’의 가장 중요한 대상인 대통령에 대한 고언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대표가 연설하고 있던 도중에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 개혁이나 하세요!", "안보를 위해서 그런 게(사드) 안 돼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그러자 여당에서도 "뭐 켕기는 게 있나"라며 맞받아치거나 "사과하세요"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연설 직후 본회의장 뒷편에 앉아있던 추미애 더민주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며 '협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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