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 공포] 시민들,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리원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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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2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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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5일 울산 5.0지진···고리원전 1시간뒤 경계(B급)발령

[사진제공=기상청]


아주경제 부산 정하균 기자 = 지난 12일에 이어 일주일 만인 19일 오후 8시33분 경주 남남서쪽 11km 지점에서 규모 4.5 지진이 또 다시 발생하자 시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며 밤잠을 설쳤다.

지진으로 경북을 비롯해 부산, 울산, 경남의 시·도민은 그야말로 혼란에 빠졌다.

건물이 붕괴될 것 같은 진동에 공포를 느낀 나머지 앞다퉈 거리로 나왔지만, 재난 당국의 대응이나 매뉴얼은 이번에도 전무하거나 뒷북이었다.

시민들은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는 극도의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었음에도 적절한 대응 지침이나 대피 요령을 안내받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렸다.

부산시는 '안전에 유의하라'는 말만 반복했을 뿐 어떠한 구체적인 행동요령도 제시하지 못했다.

건물이나 집에서 나오지 못한 아이와 부모들은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야만 했다.

부산의 한 고층아파트에 사는 주상현씨(부산진구·39)는 "이번 지진동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엘리베리터를 타고 내려갈려다 그냥 3개월된 간난 아이를 안고 개단을 내려가야 했다"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경주 성동동 주민 정희경씨(40)는 "어제 일어난 지진으로 가족들이 맨붕상태에 빠졌다. 급히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또다시 접속이 되지 않았다"면서 "국민들은 자력갱생으로 살아남아야 하는냐"며 공분했다.

이번에 경주시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은 우리나라가 지난 1978년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이번 한반도 최대 지진 발생의 진앙지는 경주 월성 원전으로부터 불과 27㎞ 떨어진 곳이다.

고리와 울진 원전이 밀집한 지역 인근이다.

한국수력원자력(주)(한수원)은 지진 발생 직후 원전은 안전하게 운영된다고 발표했다.

자정이 다돼 자체 정지기준인 지진값 0.1g를 초과한 월성 원전 1~4호기를 정밀점검을 위해 수동 정지했다. 한수원의 자체 매뉴얼에 따라 원전을 정지한 것이지만, 지진으로 인한 수동 정지는 사상 처음이다.

한수원의 정밀점검 발표에도 시민들의 불안과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번 한반도 최대 지진이 가져다 준 공포와 위협이 그만큼 직접적인 충격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7월 5일 울산 동쪽에서 5.0 규모의 지진 발생 후 고리원전은 사건 발생 1시간 뒤에 이르러서야 위기경보 경계단계 B급을 발령하는 등 한수원의 지진 대응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실이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고리·월성원전 '비상근무 상황일지'에 따르면 5일 20시 33분, 지진 발생 후 고리원전은 1시간 이후에서야 비상발령을 했다.

월성원전은 지진 발생 후 35분 뒤인 21시 08분에서야 위기경보 경계단계 B급을 발령했다.

고리원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당시 지진감지기엔 이상이 없었고, 원전가동에 문제가 없었다"며 "따라서 초기대응(진앙지 확인 등) 후 매뉴얼에 따라 B급 발령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진발생 시 구조물계통 등의 안전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재난안전팀에서 확인 후 발령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의 원자력 분야 현장 조치 행동 매뉴얼에 따르면 관심(평시), 주의(C급, 리히터 규모 내륙 3.0~3.9/해역 3.0~4.4), 경계(B급, 내륙 4.0~4.9/ 해역 4.5~5.4), 심각(A급, 내륙5.0 이상/해역 5.5 이상)으로 발령기준은 정해져 있다.

이번 최대 지진으로 원전이 밀집해 있는 동남권을 중심으로 사회 전반의 지진 위험성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탈핵부산시민연대 관계자는 "진앙지가 해상이 아니라 육상이라는 점, 고리·월성 인근에 활성단층대가 존재한다는 점, 해양 단층은 조사조차 안 된 사실로 볼 때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면서 "무엇보다 고리 핵발전소의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지진이 내진설계 기준인 최대 6.9를 초과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예측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근거해 기존 핵발전소의 내진설계를 구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가동 중인 핵발전소를 전면 가동 중단하고, 지진으로 인한 영향과 내진 설계기준 등을 정밀 조사해야 한다"면서 "그리고 그 전 과정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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