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애플이 영국 슈퍼카 제조사인 맥라렌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미국 오토바이 제조사 릿모터스 인수를 논의하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하여 블룸버그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애플이 기업 인수를 통해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에서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맥라렌을 완전 인수하거나 일부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맥라렌을 완전히 인수하기보다는 대규모 전략적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밖에도 애플은 자율주행과 관련한 국제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릿모터스의 완전 인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BMW, 아우디, 한국의 자동차 제조사 역시 릿모터스 인수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맥라렌의 기업가치가 10억~15억 파운드일 것으로 추산했다. 애플이 맥라렌을 인수할 경우 2014년 헤드폰 제조사 비츠일렉트로닉스를 30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최대 규모가 된다.
다만 맥라렌 측은 “애플과 그 어떤 투자 논의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애플의 인수설을 부인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능가할 새로운 성장엔진 모색 중인 가운데 현재 애플의 엔지니어 수백 명은 2020년 자동차 출시를 목표로 자동차 설계에 매달리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최근 몇 달간 애플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맞춰오긴 했으나 자체 자동차 제작이나 기존 제조사들과의 제휴 노력을 포기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스포츠카 제조사인 맥라렌이 애플에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수준 높은 자동차 제작 기술, 다양한 특허 기술을 추가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 매거진의 짐 홀더는 "자동차 제조업에서 신차 개발 주기는 보통 7~10년이지만 맥라렌은 3~5년 주기로 무척 빠르기 때문에 애플이 보기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웰스파고의 메이너드 엄 애널리스트는 "맥라렌은 럭셔리카로 유명하지만 애플은 맥라렌이 자동차 부문에서 쌓은 노하우를 여타 산업에 활용하는 기술에 더 관심이 있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올해 초 애널리스트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팀 쿡 애플 CEO는 기업 인수나 전략적 투자를 확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애플의 현금 보유액은 2,320억 달러에 이른다. 이 중 2,150억 달러는 미국이 아닌 해외에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애플의 테슬라 인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의 경우 자율주행 기능이 있는 전기차를 판매하기 때문에 애플의 자동차 프로젝트와 잘 맞는다는 설명이다.
반면 맥라렌의 경우 럭셔리 스포츠카로 유명해 애플의 자동차 개발 목적에 부합하는지 확실치 않다. 또한 맥라렌은 대량 제조 능력이 없어 매년 제작되는 차량이 수천 대에 그친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런던 소재 BNP 파리바의 도미닉 오브라이언 애널리스트는 맥라렌 인수는 애플로서 “이상한 움직임”이라며 “맥라렌은 자율주행이나 전기차로 유명한 게 아니다. 게다가 맥라렌은 제조 규모도 작고 대규모 생산 노하우도 없다"고 말했다.
윌리엄 블레어의 애닐 도라들라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맥라렌을 “기술 인큐베이터”로 활용할지 "자동차 출시용"으로 활용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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