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최순실 게이트 관련 손피켓을 든 김종훈-윤종오 무소속 의원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확전으로 개헌이 삼일천하는커녕 몇 시간 만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박 대통령의 추가 승부수에 따라 언제든지 정국 화약고로 격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대선 정국의 한 축으로 부상한 청와대발(發) 개헌이 정치적 변곡점마다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굴 수 있다는 얘기다.
◆ ‘朴대통령 주도’ 개헌, 밀실 전락 우려
25일 여야와 전문가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의 핵심 쟁점은 △개헌 주체(대통령 vs 국회 vs 범국민기구) △개헌 방향(원 포인트 vs 포괄형·생활형) △개헌 시기(내년 4월 재·보궐선거 vs 내년 12월 대선) 등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쟁점은 ‘개헌 주체’다. 통상적으로 블랙홀 이슈인 개헌의 ‘이니셔티브’(주도권)를 누가 쥐느냐에 따라 개헌 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임기 내 완수’를 천명한 청와대는 이미 박 대통령이 개헌 추진 전면에 나설 뜻을 밝혔다.
그러나 야권은 “개헌 논의 주체는 청와대가 아닌 국회”라고 못 박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일제히 “박 대통령의 주도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박 위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만약 청와대 주장대로 개헌을 발의하려면 박 대통령은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7공화국 헌법을 내걸고 정계 복귀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대통령은 손을 떼야 한다”고 충고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갈리는 가운데 여야와 행정부, 전문가, 시민 등이 참여하는 범국민기구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2년 전 상하이발 개헌을 주도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범국민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묘수를 내놨다. 박 대통령이 향후 어떤 식으로든 개헌 전면에 나서는 국면부터 정국 경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의사당.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확전으로 개헌이 삼일천하는커녕 몇 시간 만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박 대통령의 추가 승부수에 따라 언제든지 정국 화약고로 격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대선 정국의 한 축으로 부상한 청와대발(發) 개헌이 정치적 변곡점마다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굴 수 있다는 얘기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 개헌, 첫발부터 삐거덕…87년 체제 분수령
‘개헌 방향’도 문제다. 박 대통령이 ‘87년 체제’ 종식을 명분으로 개헌론을 주장한 만큼, 대통령 권력구조만 변경하는 ‘원 포인트 개헌’보다는 헌법 전반을 손질하는 ‘포괄형 개헌’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4년 중임제·이원집정부제·의원내각제 등 대통령 권력구조를 놓고 백가쟁명식 논쟁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헌법 제3조(영토)와 제4조(평화통일), 제29조 2항(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의 국가배상), 제117조와 제118조(지방자치), 제119조(경제조항) 등까지 합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제7공화국 헌법이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의 차기 대권잠룡 간 권력투쟁에 그칠 경우 제7공화국 핵심 키워드인 ‘분권·지방자치·공유·통일’ 등은 사실상 무력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쟁점은 ‘개헌 시기’다. 청와대의 로드맵은 ‘내년 4월 재·보선(최상)-내년 12월 대선(마지노선)’이다. 헌법 개헌 절차인 ‘헌법 개정안 발의 및 공고(20일)→국회 의결(60일)→국민투표(30일)’ 등의 과정이 최소 4개월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4월 재·보선과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위해선 적어도 내년 1월께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셈법이 나온다.
‘플랜 B’로 2017년 대선과 함께 치르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경우 차기 대선주자들이 ‘선(先) 공약-후(後) 차기 정권 추진’에 합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공언한 임기 내 개헌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그 대안으로 ‘내년 개헌-10년 후 발효’를 제시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면 갈등이 커질 것”이라며 “국회와의 개헌 선명성 경쟁을 통해 생산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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