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롯데그룹의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이 94번째 생일을 맞은 3일(음력 10월 4일) 그 어느때보다 우울한 생일상을 받게 됐다.
지난해 그룹 경영권 분쟁 이후 두 번째 생일을 맞은 신 총괄회장은 가족들과 장수의 기쁨을 나누기 보다, 일가 상당수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된 터라 우울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저녁 생일 만찬에는 친자식들 중에는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2)만 참석했다.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과정에서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7월 구속된 상태라 생일 만찬에 참석 자체가 불가능했다.
관심을 모았던 차남 신동빈 롯데 회장도 불참했다. 지난달 25일 검찰수사에 대한 대국민 사과 이후 일본으로 건너간 뒤 아직 귀국하지 않았다.
아버지 생일 만찬에 불참한 신 회장의 속내도 편치는 않아 보인다.
롯데그룹은 지난 6월부터 4개월 가량 혐의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사실상 업무가 올스톱 됐다. 이에 불구속 기소된 신 회장은 출국금지가 풀리면서 그간 미뤄진 일본 롯데 계열사의 이사회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신 회장은 특히 지난달 26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는 대표직을 재신임 받으면서 ‘원 리더’로서 체제를 공고히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신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일본 계열사들의 이사회에서 주요 현안을 챙기고 대내외적인 신뢰도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특히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사회에 기여하는 ‘착한 기업’을 강조한 터라, 일본 롯데홀딩스에도 ‘준법경영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투명 경영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신 회장은 롯데 비리 관련 첫 재판인 15일께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 총괄회장은 이날 생일을 맞아 한국 나이로 95세, 만 94세로 ‘최장수 재벌’ 오너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 8월말 법원이 정신건강 문제로 한정후견인(법무법인 ‘선’) 지정 판결을 내린 상태다. 다만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에 불복해 항고한 상태다.
신 총괄회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재벌이다. 1921년 경남 울산 삼남면(三南面) 둔기리(芚其里) 농가에서 부친 신진수, 모친 김필순 씨의 5남 5녀 가운데 맏이로 태어난 그는 부산에서 고등학교 나와 1994년 일본 와세다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1948년 롯데를 설립, 일본 내 ‘풍선껌’ 열풍을 일으키며 성공, 일본의 10대 재벌로 성장했다.
이후 1966년 한국으로 사세를 확장해 롯데알루미늄, 롯데제과, 롯데자이언츠, 롯데관광, 롯데건설 등을 설립하고 홀수 달은 한국, 짝수 달은 일본에 머물며 경영해 ‘대한해협의 경영자’로 불리기도 했다. 2006년 포브스지 발표에 따르면, 신격호 일가의 재산은 약 45억달러로, 세계 136위다.
신 총괄회장은 총 123층, 555m 높이의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완공을 평생의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왔다. 연말 완공되면 프라이빗 오피스 구역 최상층인 114층 로열층에 입주할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