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8일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 수습을 위해 전격적으로 꺼내든 '김병준 책임총리 카드'를 사실상 철회했다. 지난 2일 참여정부 대통령 정책실장 출신인 김 내정자를 지명한 지 6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를 전격 방문,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가 추천한 총리를 임명해달라는 야권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에 정 의장은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는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여야 중재자 역할을 맡았다.
박 대통령은 새 총리에 대한 권한 이양을 명확히 하고, 야당이 반대하는 인사는 안 된다는 정 의장의 조언에 "알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곧바로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회동을 열어 박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 추천 총리' 문제에 대한 협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야권 내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 및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는데다 여야의 새 총리 추천과 합의 및 대통령 권한 행사 범위, 거국 중립 내각 구성 등을 놓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박 대통령이 국회에 국무총리 추천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책임총리 실현․2선 후퇴․탈당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국면전환용’ ‘시간끌기용’이 아닌지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이 말씀한 세 문장을 아무리 해석해도 그동안 우리 당과 국민이 요구한 대통령 2선 후퇴, 책임있는 사과, 국회 추천총리에게 조각권을 줄지에 대해 책임있는 말씀은 단 하나도 없이 모호했다"고 말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하실 말씀은 하지 않고, 국회에 공을 던지고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와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도 김병준 카드 철회를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거국 중립 내각의 취지와는 다르다며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실질적'이라고 말한 국회 추천 총리의 권한 범위와 관련, "박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총리가 실질적으로 국정을 이끌면서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이라면서 "말씀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부총리와 국민안전처 장관도 국회와 협의해 내정하겠다고 밝혀 원점에서 재검토할 뜻임을 밝혔다.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 내정자의 각료 임명 제청권을 존중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여론을 감안해 여야가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만 원포인트로 개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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