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내놓은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이 실제로 시행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 방안은 상호금융 등 서민금융기관에서 공모펀드 판매를 허용하는 게 주요 내용인데 이들 업권의 경우 펀드 판매를 위한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시장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고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섣불리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 4월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공모펀드를 대중화하기 위해 서민금융기관에 펀드 판매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저축은행 30곳, 상호금융조합 276곳, 우체국 221곳이 포함된다.
금융위는 애초 연내에 활성화 방안을 시행하겠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현재 시행 시점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단 연내에 한 곳이라도 인가를 해서 내년 연초부터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면서도 “인가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현재로서는 확답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펀드를 판매하려면 전산 등 관련 시스템이 마련되고 이에 대한 테스트가 선행돼야 한다. 문제는 서민금융기관의 경우 이에 대한 인프라가 전혀 구축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업 노하우도 전무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은 각각 법적 실체가 달라서 법인이 수천 개에 이른다. 따라서 이들 각 법인이 펀드 판매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별적으로 인가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투자자 보호도 문제로 꼽힌다. 당국 관계자는 "서민금융기관은 규모가 작아서 펀드를 취급할 경우 투자자 보호 관련 이슈들이 발생할 수 있어서 이 부분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활성화 방안이 나왔을 때부터 업체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관련 업권 관계자는 "안전한 펀드를 위주로 판매하더라도 불완전 판매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예금자보호가 안 되는 펀드에서 고객의 손실이 발생해서 민원이 들어오면 치명적이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금융당국이 시장에 대한 분석 없이 활성화 방안을 성급하게 내놨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당국이 자본시장의 규제 완화 차원에서 판매 채널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시장의 기반이 취약하고 투자자 보호 등 관련 사안에 대해서 시장에 대한 깊은 분석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장 상황이나 인프라를 고려하지 않고 의욕과 홍보가 앞서 정책을 내놓은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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