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선]트럼프 승리에 복잡해진 한은 금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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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0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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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 둘째)가 9일 '긴급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승리함에 따라 한국은행의 고민이 커졌다.

그동안 트럼프가 해온 발언에 비춰 미국이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금통위가 이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셈법이 복잡해진 모양새다. 이번 결과로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오는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미국 대선 결과가 예상과 달리 나오면서 분위기가 다소 바뀌기 시작했다.

트럼트가 그동안 저금리를 선호하는 발언을 잇따라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이 매우 정치적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옐런을 임기만료 후 재지명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연내 미국의 금리인상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 연준이 실제로 연내 금리를 올리지 못하게 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여지가 생긴다.

그동안 한은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을 우려해 추가 금리 조정에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최근 생산, 투자, 수출 등이 부진한데다 김영란법, 삼성전자 갤러시노트7 사태, 최순실 게이트 등까지 겹치며 추가 경기 부양 정책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 금리인상이 미뤄질 경우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춰 경기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미 연준이 연내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한은이 미국 금리인상 뿐만 아니라 국내 가계부채 역시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은 상태다.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 가계부채는 1257조원로 집계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연말 가계부채가 1330조원에 이르고 내년 말에는 146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국제결제은행(BIS)가 지난 9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을 바탕으로 국가별 민가부채 리스크 누적 정도를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는 '주의' 단계로 분류됐다.

가계부채 급증세가 꺾이질 않자 정부는 지난 8월에 이어 지난 3일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 역시 '부채 리스크 관리'를 취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 폭증을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열린 긴급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대내여건의 불확실성 등에 비춰 앞으로 시장변동성이 과도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각별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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