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일단 동결했지만"… 불확실성 늪에 빠진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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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1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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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과 관련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홍성환·문지훈 기자 =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25%로 동결했지만 속내는 그리 편치 않아 보인다.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는 민간소비를 비롯해 생산, 투자, 수출 등이 모두 부진한 데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태다.

한은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더 낮출 수도 없고, 미국의 점진적 인상 기조에 맞춰 따라 올릴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외에서 예상치 못한 불안요인이 발생해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 높아졌다"며 "오래 지속되면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여 전반적인 성장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순실 게이트', 미국 대선 등 국내외 정치적 요인들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경제를 바라보는 한은 금통위의 시각이 한 달 사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보면 한은은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했으며 내수는 개선 움직임이 다소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달 의결문의 "수출이 감소했으나 내수는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개선 움직임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문구보다 부정적으로 변한 모습이다.

지난 9월 중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4.5%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2.1% 줄었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건설투자 역시 건물 및 토목 실적 부진으로 4.7% 감소했다. 10월 중 수출(통관기준)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현대차 파업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때보다 3.2% 감소했다.

특히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 공백 여파로 인해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이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금리 정책에 대한 혼란이 커지면서 한은의 정책 운용이 어려워 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그동안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시사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이 이어지고 불안감이 증폭될 경우 금리인상 시점이 미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산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트럼프가 그동안 저금리를 유지해온 재닛 앨런 연준 의장을 정치적이라고 비판해왔고 그의 경제자문들도 저금리의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앞으로 펼칠 경제 정책 역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그는 대선 공약을 통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호무역주의에 나설 경우 우리 경제에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 총재 역시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이 정책으로 실현되면 세계 교역은 물론이고 국내 기업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같이 국내외 리스크 요인들로 불확실성이 커져
 한은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진 상황이다. 미국 금리인상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운신의 폭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조정하지 못하고 당분간 동결 기조를 유지하며 국내외 경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의 하방 위험이 더욱 높아졌지만 대내외 여건상 경기부양 수단으로서 추가 금리인하의 유효성은 낮아졌다"며 "트럼프의 공약을 감안할 때 향후 미국에서는 대규모 재정정책으로 물가 상승이 예상돼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위험이 있고 국내적으로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완화됐지만 장담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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