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중소형 디스플레이·스마트폰 부문에서 세계 1위 점유율을 차지한 삼성전자와 차량용 AV(오디오 비디오) 시스템 1위를 달리는 하만의 결합이 향후 상당한 시너지를 내면서 경쟁사들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후발주자로 뛰어든 삼성이 하만 인수를 통해 단숨에 스마트카 전장부문의 메이저 플레이어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기존 경쟁업체들에는 부담이 될 만하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삼성이 글로벌 전장 리딩업체를 인수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상당한 충격파가 전해졌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삼성이 전장사업을 한다고는 했지만 몇몇 벤처업체만 살펴봤는데 이번에는 업계에서 모두 놀랄 만큼 크게 '베팅'을 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우선 LG전자가 삼성-하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LG전자는 텔레매틱스(차량내 무선인터넷 서비스) 시스템 부문에서 올해 3분기 누적 점유율 22%로 글로벌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2014년에는 점유율이 30%를 넘기기도 했지만 텔레매틱스 시장 경쟁이 격화하면서 점유율이 소폭 내려갔다.
LG전자는 텔레매틱스를 중심으로 한 IVI(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과 전기차 부품사업이 차량전장부품을 맡는 VC사업본부의 양대축을 이룬다.
텔레매틱스 시장에서 하만은 10%의 점유율로 LG를 추격하고 있다.
LG전자는 TV용 음향기술 등에서 하만의 음향 브랜드인 하만카돈과 협업하고 있다.
LG전자가 하반기에 출시한 전략스마트폰 V20의 경우 뱅앤올룹슨(B&O)의 'B&O 플레이부문'과 손잡았다. B&O 플레이는 세계적 오디오 명가인 뱅앤올룹슨의 음향기술을 집약한 것인데, 하만이 인수한 뱅앤올룹슨 카오디오 부문과는 무관하다.
하만의 또다른 음향 브랜드 JBL은 블루투스 포터블 스피커를 만드는데, LG전자 포터블 스피커와도 경쟁관계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하만을 인수했다고 해도 전략적 협업은 철저하게 계약관계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당장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해외 IT전자기업도 하만과 전략적 관계를 맺은 곳이 많다.
세계 3위에 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는 태블릿 신제품 미디어패드 M3에 하만카돈의 클래리파이(Clari-Fi) 음향기술을 접목했다. 선명한 음질을 구현하고자 하만과 손잡은 것이다.
애플의 아이맥 스피커 PC버전인 사운드스틱 2,3에도 하만카돈의 음향기술이 들어가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이 하만을 인수한 이후에도 하만 경영진을 그대로 두고 브랜드도 기존 명칭을 그냥 쓸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삼성-하만과 삼성 경쟁사 간의 전략적 공생관계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이들 업체 간에 어떤 부문에서는 경쟁하고, 특정 사업에서는 전략적 협업을 강화하는 복잡한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자동차업계 "하만에 한국자본 투입되면 협력관계 좋아질 것" 관측도
하만의 전장 제품은 현대기아차에 오래 전부터 많이 투입됐고 현재도 거래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자동차의 오디오 시스템은 차량 개발이 끝나고 나중에 넣는 게 아니라 개발단계부터 함께 만들어지기 때문에 임의로 금방 바꿀 수 있는 성격의 시스템이 아니라는 게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하만을) 인수했다고 해서 거래관계가 당장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하만은 이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가진 업체이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이 하만 인수를 계기로 스마트카나 자율주행차 사업에 한 발 더 진입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자동차 업계에서 조심스러워하는 반응이다.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삼성의 자동차 사업 진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전장부문에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나타나면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오히려 하만에 삼성이라는 한국 자본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와 하만의 협력관계 강화를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동차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의 하만 인수를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그동안 자동차 사업 진출한다고 말은 많이 했는데 실제로는 일부 벤처회사를 가져가는 등 조금씩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 하만을 인수하는 걸 보니까 '진짜 하는구나, 완전히 들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도 나왔다.
현대모비스는 "현재는 (하만과) 사업영역이 크게 겹치지 않아 큰 영향이 없지만 업체간 벽이 허물어지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측은 "하만의 영역은 오디오와 비디오 등 멀티제품 위주인 것에 비해 우리는 지능형안전시스템(ADAS) 등 메카트로닉스(구동) 중심의 전장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경쟁구도가 재편되고 있어 이 분야를 선도하기 위한 중장기 사업전략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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