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산서 10만명 '박근혜 하야' 촛불 활활 타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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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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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마친 학생들, '하야리카노'로 정권 비난

'일반인 국정 농단'이라는 전대미문의 최순실 의혹으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가운데 19일 부산 집회현장엔 수능을 끝낸 수험생 등 부산지역 청소년들의 발언이 쏟아졌다.  [사진=정하균 기자]


아주경제 부산 정하균 기자 = "마치, 소설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 이건 정상이 아닌 나라아입니까? 어린 학생들이 추운 겨울 저녁밥도 챙겨먹지 않고 거리로 나와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모습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약품회사에 다니는 회사원 주상현 씨(39·부산 진구)가 집회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나눈 첫 대화다.

주씨는 "서면에 자주나오지만 최근 집회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 세상이 망조에 든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냥 내려오면 해결될 것을 뭐가 그리 아까운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19일 부산에선 '일반인 국정 농단'이라는 전대미문의 최순실 의혹으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지난 17일 수능을 끝낸 수험생 등 청소년들이 대거 합류해 이날 서면 특화거리, 부산도시철도 범일역 앞 등 곳곳에 주최 측 추산 무려 10만 여명(경찰 측 추산 1만 5000명)의 시민이 집결했다.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청소년 자유발언은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측근 들을 향한 진지하면서도 엄중한 비판과 함께 재치와 위트가 넘치는 발언들이 뒤섞여 청중들을 즐겁게 했다.

집회현장엔 수능을 끝낸 수험생 등 부산지역 청소년들의 발언이 쏟아졌다.

학생들은 '청소년이 주인이다' '박근혜 하야' 등이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이들은 '아메리카노' 노래를 개사한 '하야리카노'를 부르기도 했으며 "어머니가 해주는 따뜻한 밥을 하루빨리 먹고 싶다. 이제 당신은 더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그만 내려오라"며 함성을 질렀고 작은 단상 위에 올라 번갈아가며 현 정권을 비난하는 발표문을 읽었다.
 

부산 연제초등학교 이민재학생과 친구 김모학생이 '박근혜 대통령님이 하야를 하는 나라', '박근혜 대통령님이 내려오는 나라'가 되자고 외치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정하균 기자]


이어 연제초등학교 이민재학생이 '박근혜 대통령님이 하야를 하는 나라', '박근혜 대통령님이 내려오는 나라'가 되자고 외치자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부산상업여자고등학교에 다니는 김모양(17)은 "어렸을때 꿈이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만 아니면 된다"며 쓴 웃을을 지었다.

김양은 "요즘 친구들끼리 나누는 대화 내용의 주제가 '박근혜하야'라며 나도 여자지만 우리나라엔 더이상 여자 대통령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근혜햐야'를 바라는 부산청소년 모임 소속 황선영 씨(22·부산교육대학교)가 '분노 봉인해제 고딩 모여라'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정하균 기자]


'박근혜햐야'를 바라는 부산청소년 모임 소속 황선영 씨(22·부산교육대학교)는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이건것이 아니다. 정유라 사건으로 청소년들이 받은 상처는 누가 보상해줘야 하냐"며 고함쳤다. 

6월 민주항쟁 이후 약 30년 만에 집회에 참여한 이들도 있다. 동아대학교 87학번 김명훈 씨(49)는 "현 시국은 군사정권 시절보다 더한 것 같다. 당시  '지랄탄'을 맞아 오른쪽 눈이 찢어졌다. 하지만 내가 정당한 주장을 하고 맞은 영광의 상처"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제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에서 11살 된 아들을 데리고 서면 집회까지 나온 최용배 씨(43)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지만, 이것 또한 역사의 한 장면"이라면서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정상화되는 과정을 눈으로 아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시국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8시 50분께 행진을 시작해 부산도시철도 동래역까지 6.52㎞가량을 걸으며 시위를 이어갔다.
 

지난 17일 수능을 끝낸 수험생 등 청소년들이 대거 합류해 이날 서면 특화거리, 부산도시철도 범일역 앞 등 곳곳에 주최 측 추산 무려 10만 여명(경찰 측 추산 1만 5000명)의 시민이 집결했다. [사진=정하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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