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지난 여름 '전기요금 폭탄' 논란을 불러왔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12년 만에 전면 개편, 다음 달 부터 4인 가구가 월 400킬로와트(kwh)의 주택용 전기를 사용하면 납부해야 할 요금이 6만9360원에서 5만7840원으로 1만1520원 줄어들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현행 '6단계 11.7배'로 설계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3단계 3배수'로 조정하는 3가지 개편안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보고했다.
개편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안은 누진제 원리에 근접, 1단계는 필수사용량인 200kWh 이하, 2단계는 평균 사용량인 201∼400kWh, 3단계는 2단계 이상인 401kWh 이상으로 구분했다.
구간별 요율은 1단계 평균 판매단가의 80% 수준인 104원, 2단계 평균 판매단가인 130원, 3단계 1단계의 3배인 312원으로 설정했다.
평균 전기요금 인하율은 10.4%, 전기요금 인하로 인한 한국전력의 수입감소액은 연 8391억원으로 추산됐다.
2안의 경우는 현 체제를 최대한 유지, 1단계와 2단계 구간 폭과 요율은 현행과 동일한 100kWh 이하·60.7원, 101∼200kWh·125.9원이다. 3단계 이상(201kWh 이상)은 현행 3단계 수준의 요율인 187.9원을 일괄 적용한다.
다만, 3단계 이상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800kWh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다소비자의 할인 혜택이 1안(46.3%)보다 큰 60.1%로 확대돼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 한전의 수입감소액은 9295억원으로 예상됐다.
가장 유력한 안으로 꼽히는 3안은 1안과 2안을 절충했다.
구간은 1안과 동일하지만, 요율을 달리해 형평성을 높였다. 1단계 요율은 93.3원으로 현행 1단계보다 올랐고 2단계와 3단계는 현행 3단계(201∼300kWh)와 4단계(301∼400kWh) 요율인 187.9원과 280.6원을 적용했다.
또 200kWh 이하 사용 가구에는 일괄적으로 4000원을 할인해 실제로 내는 요금이 늘어나지 않도록 했다.
이로 인해 평균 인하율은 11.6%로 2안과 비슷하지만, 800kWh 이상 사용 가구의 할인율은 47.2%로 대폭 낮췄다. 한전 수입감소액은 9939억원으로 추산됐다.
앞서 산업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4인 도시 가구의 봄·가을 월평균 전력사용량은 342kWh(4단계)로, 5만3000원(부가가치세·저전력산업기반기금 제외)의 전기요금이 부과된다.
여기에 여름철 1.84kW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씩 가동하면 441.6kWh를 추가로 쓰게 되면서 6단계(501kWh 이상)에 속하게 돼 전기요금은 32만1000원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그러나 3단계 개편안이 시행되면 전기요금은 17만원가량으로 대폭 줄게 된다.
산업부는 구간별로 동결(300kWh)∼51.2%(1000kWh)의 할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정부는 어떤 개편안이든 전력사용량이 1000kWh 이상인 '슈퍼 유저'(Super User)에 대해서는 동·하절기에 한해 기존 최고요율(709.5원)을 적용키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교육용 전기요금 산정방식을 개선, 연중 최대 피크치를 매월 적용하던 방식에서 당월 피크치를 당월요금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전기요금 부담을 평균 15∼20% 줄였다.
취약계층에 대한 할인 혜택도 확대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의 정액 할인 한도는 현행 월 8천원에서 1만6천원으로 두 배 늘렸다. 에어컨 사용이 많은 여름철에는 할인금액을 2만원으로 증액한다.
특히 유아가 있어 장시간 냉·난방을 할 수밖에 없는 출산 가구를 취약계층에 포함, 출산 가구는 월 1만5000원 한도 내에서 전기요금을 30% 할인받을 수 있다.
개편안은 한국전력이 오는 28일 공청회를 통해 3가지 중 1가지 안을 추려서 산업부에 제출하면 관계 부처 협의와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된다. 최종안은 다음 달 중순께 나올 예정이며 12월 1일부터 소급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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