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여전히 모호한 상황에서 어디로 뛸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트럼트 탠트럼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국내 채권시장이다.
지난 9일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이후 국내 채권 금리가 빠르게 치솟으며 연중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유발할 것이란 우려가 금리 상승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도 커졌다. 트럼프 당선 전인 지난 8일 달러당 1135.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21일 달러당 1186.6원까지 뛰었다. 이는 종가 기준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지난 6월 27일(1182.3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후에도 대외 변수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 자금조달에 비상 걸린 국내 기업
상황이 이렇자 당장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금리가 오르면 기초체력이 약한 기업들의 경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회사채 발행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은 금리 상승으로 이자비용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회사채 발행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눈치다.
파라다이스는 지난 22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취소한다고 공시했다. 파라다이스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자 철회했다. KEB하나은행은 이달 중으로 2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다음 달로 연기했다.
트럼프발 시장금리 상승으로 1300조원이 넘어선 가계부채 뇌관이 폭발할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국내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격하게 치솟고 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대출 금리가 지난달 말 2~3% 수준에서 최근 3~4% 수준으로 뛰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 시장금리 상승은 당분간 계속 전망이다.
더욱이 은행권 문턱이 높아진 데 따른 '풍선효과'로 2금융권 대출이 크게 치솟으면서 가계부채 질도 크게 나빠진 상황이다.
금리 상승은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을 키우기 때문에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이 생계에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늘어난 빚 부담이 소비 여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커 경기 침체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결과'를 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지난달보다 6.1포인트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4월(94.2)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 정부 잇따라 시장 안정화 조치
트럼프 발작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 확산을 차단하고 금리 변동성을 완화하고자 통화안정증권 발행 물량을 축소하기로 했다.
한은은 우선 이날 실시되는 통안증권 입찰 규모를 애초 예정했던 1조원에서 3000억원 규모로 줄였다. 이어 12월 중에 발행 예정인 통안증권도 물량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통안증권 발행 규모를 줄이면 채권시장에 발행 물량이 줄어 채권값이 상승(채권금리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 21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1조2700억원 어치의 국고채를 직접 매입하기도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금융개혁추진위원회에 참석해 "미국 대선 이후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과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가속화되면 시장금리 상승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며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고 필요하다면 단호하게 시장 안정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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