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신흥국 투자자들은 2017년에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작년에 비해 신흥국 투자 심리는 다소 개선됐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가속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등이 내년 신흥국이 직면할 새로운 우려로 부상하면서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FT는 내년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신흥시장 투자에서 중대한 불안 요소로 꼽았다. 트럼프는 1월 20일 취임 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이 압수한 무인 수중 드론의 반환을 두고도 트럼프와 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 1위와 2위 경제 대국 간의 갈등은 안 그래도 미국의 금리인상과 유럽 및 일본의 테이퍼링 신호로 압박을 받고 있는 신흥국에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이미 미국 연준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고 내년에도 세 차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트럼프의 부양책이 본격 실시되어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면 연준이 보다 매파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무엇보다 신흥국 국채에 투자됐던 자금이 급속히 유출되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르고 미국 달러 부채에 의존하던 국가들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실제로 EPFR 자료에 따르면 이미 지난주 신흥국 채권 펀드에서는 12억 달러가 회수되면서 6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JP모간의 경화 신흥국 채권 금리는 지난여름 3년래 최저까지 떨어졌다가 11월 중순에는 6%까지 오르면서 8개월래 최고점을 찍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글로벌 리서치는 해외 투자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내년 특히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라질의 경우 최근 경상수지적자가 다소 개선됐지만 남아공과 터키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또한 스탠다드차타드는 베테수엘라를 부채 위기가 가장 심각한 나라로 꼽았고 요르단, 아르헨티나, 그리스도 위험국으로 분류했다.
다만 여전히 신흥국 투자에 낙관하는 이들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신흥국 전체는 내년 4.7%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며 중남미 성장률도 1.5%로 성장률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JP모간 자산운용의 졸트 파프 신흥국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강달러와 선진국의 통화정책 타이트닝이 반드시 신흥국 국채 투자 수익률의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들어 JP모간 신흥국 채권 지수는 9% 가까이 오르면서 2013년 테이퍼 탠트럼 이후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라 전략가들은 내년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신흥국의 자금 유출이 더욱 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례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19일 말레이시아 링기트 가치는 1달러 당 4.4805링기트로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노무라는 중국, 나이지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이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자본 통제를 한층 강화할 수 있으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까지 자본 통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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