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과 바티칸과의 수교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바로 지난 20일 서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상투메프린시페가 대만과의 국교 단절을 선언하면서 양안(兩岸 중국대륙과 대만) 외교전에서 한방 먹은 대만은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은 프랑스의 공영 라디오 방송인 RFI를 인용해 중국 대륙과 바티칸의 수교가 임박했다며 양측이 1951년 이후 단절됐던 관계를 회복하길 원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매체는 바티칸이 '베트남 방식'을 채택해 중국의 주교 임명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트남 방식이란, 정부가 주교 후보를 추천하면 바티칸이 이를 승인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에 대해 대만 외교부는 25일 "교황청(바티칸)과 중국 대륙과의 대화와 관련 교류활동을 알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바티칸은 대만의 유일한 유럽 수교국으로, 그 동안 양국은 비교적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반면 중국과 바티칸은 1951년 바티칸이 대만 정부를 인정하면서부터 사이가 틀어졌다. 이후 중국과 바티칸의 외교 관계가 단절됐으며, 중국은 관제단체인 천주교애국회를 만들어 주교 임명을 자체적으로 해 왔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취임하면서부터 중국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추진돼 왔다. 최근엔 중국과 교황청이 주교 서품 방식에 합의하면서 수교 임박설이 힘을 얻었다.
바티칸이 중국과 수교하게 된다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른 대만과 바티칸의 단교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만이 바티칸과 단교하면 차이 총통 취임 전까지만 해도 22개였던 수교국 숫자는 20개로 줄어들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간 전화통화가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는 중국을 자극한 이후 중국은 대만에 외교적 공세를 퍼붓고 있다. 앞서 20일 아프리카 소국 상투메 상투메프린시페가 대만과의 국교 단절을 선언한 것에 대해 환구시보는 "상투메 프린시페는 대만과 단교라는 새로운 물결의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미국과 대만의 고위급 군사교류 방안을 법제화한 2017 회계년도 국방수권법(NDAA) 법안에 서명하며 중국의 심기를 또 한번 건드렸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웹사이트 성명에서 “미국 2017회계년도 국방수권 법안에 포함된 대만 관련 내용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이미 미국에 엄정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환구시보도 26일자 사설에서 "이는 1979년 미국과 대만의 단교 이후 양자가 군사적 교류 수준을 한층 더 높인 것"이라며 "대만은 이로써 '더욱 안전'할 것이라는 착각은 버리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사설은 그러면서 미국과 대만의 군사적 교류가 한층 강화되면 대만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중국 대륙의 자신감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이로써 중국 대륙은 군사적으로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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