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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무신불립(無信不立), 오세훈 유감(遺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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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3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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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부 이정주 기자]

바른정당의 최고위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캠프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듣고 문득 고전의 일부분이 떠올랐다.

무신불립(無信不立).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논어(論語) 안연(顔淵)편에서 공자와 그의 제자 자공은 이렇게 묻고 답한다. 자공이 물었다. “병사와 식량, 그리고 신뢰 중에서 버려야 한다면 공께선 가장 먼저 무엇을 버리겠습니까?” 공자가 답한다. “첫번째는 병사다. 두번째는 식량이며 마지막까지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신뢰다. 신뢰가 무너지면 국가는 설 수가 없기 때문이다.(無信不立)”

하나 더. 글로벌 CEO들에게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을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이 ‘약속을 지키는 것’이었다고 한다. 조직을 관장하는 리더는 대부분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위임’할 수밖에 없는데, 약속을 어기면 리더의 ‘말’이 힘을 잃기 때문이다. 즉 신뢰를 잃은 리더는 더 이상 리더의 일을 수행하기 어렵다.

오 전 시장의 행보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먼저 떠오른 건 약속에 대한 그의 태도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여권 잠룡이라는 불리는 오 전 시장과 취재진 몇몇이 만나기로 약속을 한 적이 있었다. 구체적인 날짜를 잡기 위해 연락을 취하던 중 오 전 시장 측에서 당초 약속과 달리 만남 시각을 변경하자는 요청이 들어왔다. 흔쾌히 응했다. 며칠 후 다시 만남 장소를 자신의 사무실 근처로 바꾸자고 요구했다. 연이어 약속 변경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긴 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결국 두 번이나 변경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지도 모를 것이란 불길한 예감은 맞아 떨어졌다. 약속한 날짜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오 전 시장 측은 급한 지방 일정을 이유로 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구체적인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취재진과의 약속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처음 약속을 두 번에 걸쳐 바꾼 후 취소할 거라면 그에 상응한 해명 정도는 해주는 게 최소한의 예의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설혹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손 치더라도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 오 전 시장에 대한 ‘이미지’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작은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전 국민을 상대로 내건 공약은 지킬 수 있을지 의구심이 남아 있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인지 오 전 시장이 바른정당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후 반기문 캠프 합류를 고민한다는 근래의 해프닝도 개인적으로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특정 정당의 최고위원이 소속 정당이 아닌 다른 대선 후보의 캠프 합류 여부를 고민하며 유권해석 운운하는 것에 대한 당원들의 생각이 궁금할 뿐이다. 바른정당 안에서 대선후보가 되고자 경선에 나선 남경필 경기지사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게 오 최고위원은 어떤 존재일까. 신뢰를 잃으면 모든 걸 잃은 것과 같다는 말을 오 전 시장에게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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