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홍콩의 한 기업인의 행방이 갑자기 묘연해지면서 갖가지 의혹이 일고 있다.
행방불명된 기업인은 중국 금융계의 큰 손 샤오젠화(肖建華) 밍톈(明天)그룹 회장이다. 그는 중국 부자 순위 32위 갑부로 금융·IT·에너지 분야에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한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친누나 자산을 관리했던 ‘신비의 기업인’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의 행방이 갑자기 묘연해졌다. 외신들은 그가 납치, 혹은 연행돼 중국 대륙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지만 샤오 회장 자신은 해외에서 요양 중이라고 해명하고 있는 것.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서는 샤오젠화 회장이 지난달 27일 새벽 홍콩 포시즌스 호텔에서 중국 사복 공안들에게 연행돼 중국 대륙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중국 공안당국에서 샤오 회장을 직접 연행한 것이 아니라 홍콩 조직폭력배의 손을 빌려 포시즌스호텔에서 그를 납치했다는 보도까지 흘러나왔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 등은 홍콩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샤오 회장은 연행된 것이 아니라 중국 당국의 조사에 협조하기 위해 관계자들을 따라 자발적으로 호텔을 떠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가 현재 중국 대륙의 모처에 머물며 가족과도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를 둘러싼 소문이 무성해지자 샤오 회장이 직접 나섰다. 그는 지난달 30일 밍톈그룹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을 통해 배포한 성명에서 "나는 현재 해외에서 요양하고 있으며, 요양이 끝나는 대로 언론과 만날 것”이라며 연행 사실을 부인했다.
샤오 회장은 1일엔 홍콩 언론에 전면 광고도 게재해 "중국 정부가 문명과 법치의 정부이므로 모두가 오해할 필요 없다고 본다"며 애국적 화교로서 국가이익과 정부에 해를 끼칠 어떠한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았으며 어떠한 반대세력과 조직도 지지한 적 없다고 말했다.
홍콩 경찰 측도 샤오젠화와 관련된 언론의 보도는 순전히 추측성 보도로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명을 포함해 밍톈그룹 웨이신 계정에 게시된 모든 내용이 삭제돼 샤오 회장 해명의 진위가 의문시되고 있다.
샤오 회장의 행방에 이처럼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의 중국 최고지도부와의 관계 때문이다.
샤오 회장은 앞서 2014년 시진핑 주석의 친누나인 치차오차오와 매형 덩자구이 부부의 자산을 관리해준 사실이 드러나며 화제가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장기 권력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주변 정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