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수 기자 =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램시마’로 본격적인 미국 바이오의약품 시장 공략에 나선 셀트리온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상호대체가능성(interchangeability)’ 입증을 위한 임상시험을 요구하는 등 오리지널(특허) 바이오의약품을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의 처방요건을 까다롭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 가이드라인 공식화…기회 잡은 셀트리온
7일 업계에 따르면 미 FDA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상호대체가능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2012년 법 개정으로 규정된 상호대체 가능한 바이오시밀러를 정의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오리지널약-바이오시밀러 교체투여 개념이 구체화된 것은 처음이다.
바이오시밀러는 복제약이라는 특징 때문에 오리지널약과 동등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해 약값을 줄이려는 환자나 정부에게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유럽 시장은 미국보다 먼저 바이오시밀러를 도입했으며, 현재는 오리지널약에서 바이오시밀러로의 교체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그간 보건당국을 비롯해 각 주에서도 오리지널약과 바이오시밀러 간의 대체조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여러 이유로 의료진 사이에서도 대체조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해 유럽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 왔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램시마로 미국 시장 진출에 나선 셀트리온에겐 넘어야 할 산이었다. 오리지널약을 투여 중인 환자에게 교체투여되는 것이 매출 효과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가이드라인은 셀트리온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는 의사만 오리지널약과 바이오시밀러 중 하나를 선택‧처방할 수 있지만, 상호대체가능 바이오시밀러로 인정되면 약사도 의사처럼 대체조제할 수 있게 된다.
또 의료진과 환자에게도 오리지널약에서 바이오시밀러로 교체투여하는 것을 판단하는 데 긍정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
◆셀트리온, 교체투여 임상 불가피…환자 우려 등 장벽 산적
그러나 세부내용을 보면 셀트리온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상호대체가능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오리지널약과의 1회 이상 교체투여(스위칭) 임상시험을 통해 동등성이 입증될 것 △오리지널약과 동일한 임상시험 결과를 보일 것 △대체조제 때 안전성‧효과가 오리지널약 유지 때와 큰 차이 없다는 자료를 갖출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것이 오리지널약과의 1회 이상 스위칭 임상이다. 이는 오리지널약을 투여 중인 환자에게 바이오시밀러로 교체투여한 후 효과와 안전성 등을 비교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의료진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램시마에 대한 임상시험 추가 진행이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 어려움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가이드라인 초안에서 제시된 임상에서의 교체투여는 환자나 의료진 입장에서 부담스럽다”면서 “유럽 상황을 볼 때 교체투여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지만, 면역원성 부작용에 대한 심리적 우려가 있는 데다 임상연구 데이터가 거의 없다보니 의료진조차도 환자를 설득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스위칭 임상의 구체적인 진행방식은 FDA와의 논의를 거쳐 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램시마가 기존까지 오리지널약을 쓰던 환자에게 사용되려면 이번 지침에 따라서 임상시험을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태영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FDA는 상호대체가능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기준을 제시했고, 이에 부합하는 임상시험 방식을 적용한 약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램시마가 미국에서 상호대체 가능성을 인정받으려면 추가적인 임상시험 진행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연구원은 “FDA는 상호대체가능 바이오시밀러 입증을 위한 임상시험은 오리지널약과 바이오시밀러 각각에 최소 2회의 개별 노출(투약)기간을 기대한다고 명시했다”며 “따라서 오리지널약-바이오시밀러-오리지널약-바이오시밀러와 같이 3회 이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일부 외신에서도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다. 미국 의약전문지 ‘피어스파마’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FDA는 바이오시밀러 제조사들이 현재 추진 중인 임상보다 더 엄격한 것을 요구한다. 두 번의 노출기간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은 ‘높은 기준’”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가이드라인이 3월에 확정된 후 새 임상을 추진할 경우 시간과 비용이 더 든다는 점에서,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자 했던 셀트리온으로서는 아쉬움을 달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앞서 셀트리온은 지난해 4월 기자회견에서 미국 진출로 2조원의 매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추가 연구가 요구되면서 개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바이오시밀러 후발주자들에게 추격 여지를 준 것 역시 부담이다. 다만 상호대체가능 바이오시밀러로 인정되면 1년간 교체투여에 대한 독점적 권리가 부여된다는 점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이드라인에 맞춰 상호대체가능 바이오시밀러로 승인된다고 하더라도 미국 50개 각 주로부터 다시 인정받아야 하는 절차도 앞으로 넘어야 할 벽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는 바이오시밀러 중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제품”이라면서 “가이드라인 확정안이 나온 이후에 추가 임상시험 또는 다른 대안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