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가는 이 시점에 원전사고를 소재로 한 극한의 재앙을 그려낸 한국형 재난영화 판도라가 상영됐다. 이 영화는 원전의 위험성과 국가 재난대응 시스템 부재 등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최근 10년간 화재건수는 0.9% 감소됐으나 재산피해는 7.8%, 화재발생 건수는 2013년을 기점으로 연평균 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구조는 평균 18.2%(구조인원 5.95%), 구급은 4.9%(이송인원 4.8%)씩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대구 서문시장과 여수 수산시장 및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복합쇼핑몰 화재 사례에서 보듯 건축물의 복잡·대형화, 새로운 미래 복합재난이란 재난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소방업무의 능동적인 예방·대비·대응이 요구되는 정유년이다.
이런 국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119소방은 올해 소방정책 추진 목표를 선제적 화재예방과 육상 재난의 실전적 대응역량 강화로 삼았다. 소방역량 기반 공고화, 화재예방과 대응 역량 강화, 119구조·구급 정책 고도화, 국민이 참여·공감하는 소방안전 정책을 세부적으로 추진한다.
선제적 화재예방과 안전관리를 위해 2025년까지 화재 20% 감축을 목표로 범 부처·국민이 참여하는 화재저감 종합대책을 추진한다. 아울러 영화관·초고층 등 3415개 대형피해 우려 특정소방대상물과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한다.
대구광역시 엑스코(EXCO)에서 4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제14회 국제소방안전박람회'가 개최되고, 첨단 소방안전기술 연구·개발 촉진과 소방산업체 34개사에 대해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한다. 소방공사 부적격자 입찰제한 강화 및 불량 소방용품 퇴출 등으로 시장 건전성을 확보하고 소방산업을 육성해 우수 소방용품 제조와 보급이 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소방차량 재난현장 접근성 향상 차원의 신호제어시스템 78개소를 설치하고, 주·정차 금지구간 단속용 CCTV 설치 등을 통해 진입곤란지역 초기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광역재난 지휘·조정 기능을 강화키 위해 국민안전처에 중앙긴급구조통제단 작전실을 갖춘다.
119구급 응급의료체계 고도화를 위해 전국에 지도의사 300명이 직·간접의료지도를 하고, 1급 응급구조사 773명 등을 119상황실에 둔다. 단독경보형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 원스톱 지원센터 388곳을 가동해 국민참여형 소방안전문화를 확산시킨다. 대형마트 종사자 등 생활주변 맞춤형 소방안전교육과 소방안전정보의 대국민 접근성을 키운다.
올해 소방공무원 2080명을 뽑아 119구조·구급대 등 현업부서에 최우선 배치해 현장에서 부족한 소방인력을 확충한다. 지난해 실시한 '신 소방력 산정 기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조직·인력 효율화 방안도 마련한다. 노후·부족 소방장비 확충을 위해서는 올해까지 소방안전교부세를 투입해 4대 소방장비 노후율 0%, 보유율 100%로 맞출 것이다.
구급대원 폭행·폭언 등 소방활동 방해사범에 대해서는 소방특사경 운영을 통해 법 집행을 엄정하게 할 것이다. 3월부터는 국가 차원의 119구급상황 총괄·조정·지원 기능 강화를 위해 '중앙119구급상황관리센터'를 본격 가동한다. 전국 단위 광역 관제·지원이 가능하고, 재외국민 등 응급의료 상담·안내도 영상으로 이뤄진다. 또한 병설유치원·산후조리원·요양병원 등 재해약자 이용시설에 대한 소방시설 설치가 확대되고, 5인승 이상 모든 차량에 소화기 비치가 의무화된다.
공항이나 석유비축기지 등 국가기반시설과 초고층 건축물이나 초장대터널과 같은 특수시설 등에 자체소방대 설치 의무를 신설해 소방본부장·소방서장의 관리와 감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대형화재 등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민·관전문가로 구성된 중앙합동조사단을 구성해 화재원인이나 소방시설, 피해원인 등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예방정책에 반영시켜 사전 유사사례를 예방할 것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 사석위호(射石爲虎)란 말이 있다. 이는 돌을 호랑이 인줄 알고 쐈더니 돌에 화살이 꽂혔다는 뜻으로 '성심을 다하면 안 될 것이 없다'는 의미이다. 119는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 전에 철저히 예방하고, 열릴 때는 신속히 대응해 국민이 안전으로부터 행복한 한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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