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정책을 검증해야 할 때다. 아주경제신문은 대선주자들로부터 정치와 경제, 외교·안보, 교육·문화·사회 등 각 분야에 대한 공약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각 주자들의 정책을 뜯어보고, 차기 정권의 행보를 가늠해본다. -편집자 주-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바른정당의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유승민 의원은 지난 한 달간 노동·보육·성장·복지 등으로 나누어 집중적으로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발표해왔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중소·벤처 창업기업 중심의 성장, 재벌개혁,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자주국방 등이 공약에 담겼다. 특히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만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입장이 확고하다.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이 재벌개혁을 경제 공약의 필수 과제로 언급한다. 2일 유 의원은 "24년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근무할 당시부터 주전공은 재벌정책이었다"면서 이 분야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제 재벌 대기업 주도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끝났다"면서 "제가 주장하는 재벌개혁은 법과 원칙을 분명히 해 경제정의를 확립하고 자유시장경제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총수일가의 개인회사와 그룹 내 타 계열사 간 내부거래 금지 등을 이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특히 그는 "재벌총수 일가 및 경영진에 대한 사면·복권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이들이 불법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으면 경영에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그는 이 문제를 두고 "선진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관점에서 본다면 이거야말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웃기는 이야기"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일자리 문제는 그가 주장하는 '혁신성장'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민간이 주도하고 관에서는 이를 지원하는 방식에서 혁신안전망,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 실질적인 투자활성화 대책 등으로 '창업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유 의원이 그리는 그림이다. 기술과 아이디어 창업을 활성화해 장기적인 성장동력도 마련,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자는 전략이다.
◆ "사드는 군사주권·국민생명의 문제…중국에 굴복하면 안 돼"
북한의 핵 도발 우려, 사드 배치 등으로 인한 미국과 중국 간 갈등 등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서 외교적 묘수를 찾아내야 할 때다.
사드 문제에 있어 유 의원의 입장은 단호하다. 그는 "저는 북한이 우리에게 핵무기를 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사드는 경제 이전에 군사주권, 국민 생명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조속히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분열책에 굴복해서 우리가 하려던 것을 못하면 우리는 중국의 속국 비슷하게 돼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해서도 그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관계는 그대로 발전시켜 나가되 다른 쪽으로 유럽이나 동남아로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및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 논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같이 가야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전작권 역시 충분한 대비태세 등을 조건으로 한 한미양국의 합의를 들어 "현재와 같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되고 사드배치를 둘러싼 국론분열 상황에서 전작권을 환수할 수는 없다"고 명확히 했다.
북한과의 대화는 핵포기를 압박하는 강력한 제재로 힘의 우위에서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는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며 "선거 시기에 정치적 효과를 두고 남북정상회담이나 남북국회회담이 제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 "대선 전 개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탄핵 정국 속에서 정치권은 헌법 개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선을 앞두고서는 제3지대를 중심으로 연대의 수단으로 개헌을 논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 의원은 대선 전 개헌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는다.
그는 "개헌의 시점은 현재의 경제위기 안보위기 극복, 그리고 근본적 개혁의 추진을 우선순위로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면서 "졸속으로 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를 국회가 받아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우선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시행하며 경제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고 남북이 통일되면, 그 이후 내각제로 가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또 선거연령 하향 조정에 대해서는 찬성하나, 충분한 유예기간을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는 진영 정치의 득세를 이유로 "다당제가 가능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저출산 극복을 위해 그는 육아휴직을 '고등학교 3학년' 자녀까지 늘리는 '육아휴직법'과 돌발노동을 방지하는 '칼퇴근법'의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날 그는 국민연금 최저연금액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기초연금 차등지급과 건강보험의 산후조리비용 지원 등을 담은 '중부담 중복지' 공약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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