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탄핵 정국에서 조기 대선으로 가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선 상황에서 3월 임시국회가 열렸다.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소집된 임시국회가 달마다 열리고 있으나 성과가 있느냐는 따져볼 문제다. 상법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선거연령 인하 등 여야 간 이견이 엇갈리는 법안들은 여전히 상임위원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3월 임시국회에서의 입법활동도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탄핵이 인용되든 조기 대선 때문에, 기각되면 국회 안팎의 혼란 때문에 입법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8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 3월 2일 열린 본회의로 종료된 2월 임시국회에서는 총 206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6월 첫 발을 뗀 20대 국회가 2월 임시국회까지 처리한 법안은 1146건으로 제출건수 대비 20%였다. 19대 국회에서 같은 기간 13.6%의 처리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급상승한 수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이맘때까지 선거구 획정과 공천, 테러방지법 관련 필리버스터 등의 이슈가 벌어졌음을 감안하면 기저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건수도 건수지만, 핵심은 처리 법안의 내용이다. 여야 간 이견이 있는 쟁점 법안들은 대부분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미 올해 초부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중점적으로 처리할 이른바 '개혁법안'들을 선정했었다. 선거연령 인하 등을 포함한 공직선거법 개정, 공수처 신설,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상법 개정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여권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은 파견법 등 노동개혁법과 규제프리존법 등의 처리를 내세웠고 바른정당은 자당 대선주자들의 공약과 연계한 '육아휴직 3년법', '학력차별금지법' 등을 추진중이다.
올해 들어 두 번의 임시회기가 지나갔지만 이들 법안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3월 임시국회의 입법활동을 기대하기에는 외부의 변수가 너무나 크다는 데 있다.
당장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일이 이르면 오는 10일로 예상된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만큼 당장 각 정당은 후보자 경선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탄핵에 반대해왔던 자유한국당도 인용 결정 직후 곧바로 대선체제로 돌입할 계획이다. 기각될 경우의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던 국회로서는 이에 상응하는 책임론이 불가피하다. 이미 바른정당은 의원직 총 사퇴라는 초강수를 내걸고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어 혼란을 수습하는 데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게다가 쟁점법안마다 여야 간 이견이 크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 일부는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던 상법개정안이 결국 본회의 상정조차 불발됐던 것만 봐도 그렇다. 경제민주화, 검찰 및 언론개혁, 경제활성화 등의 프레임으로 묶여있는 만큼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밖에 없는 법안들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탄핵 정국에 대선 국면까지 겹쳐진 상황에서 법안 처리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면서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게 국회의 본업이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법안에 누가 관심이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일 본회의에서는 3건의 법안이 정족수 미달로 처리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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