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봐, 들어줄게"...금융 공공기관 CEO, 젊은직원 유혹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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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2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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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보신주의·보수주의로 대변되던 금융 공공기관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이는 각 기관 수장들이 적극 이끌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던 소통 경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최전선에서 실무를 집행하는 20~30대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예금보험공사는 20일 '청년이사회 예:울림' 제2기를 출범했다. 지난해 8월 시작된 예울림은 젊은 실무 직원들의 목소리를 조직 내 각종 현안에 반영해 실무자들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조직됐다.

곽범국 예보 사장은 "예울림의 제안에는 적극적인 답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직원들이 눈치보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한 배려다. 덕분에 종이 없는 페이퍼 리스 회의 개최와 적극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운영, 토론 게시판 설치 등이 가능했다.
 

곽범국(가운데)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실무를 담당하는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듣고 자유로운 건의를 위해 20일 '청년이사회 예울림 2기'를 출범했다. [사진=예금보험공사 제공]

이날 출범한 2기 예울림은 더 젊어졌다. 관리자 직급을 배제하고 젊은 실무직원으로 100% 구성했다. 이들은 앞으로 조직 내 소통 채널의 역할을 비롯해 주요 현안, 조직 문화, 미래 전략과제 등 주제를 불문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제안하는 주니어 리딩그룹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곽 사장이 고안한 소통 창구가 하나 더 있다. 공사 직원들끼리 통한다는 의미의 '통데이'가 바로 그것. 한 장소에 모여서 직원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조직 일체감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2015년 12월 첫 실시 이후 이달까지 7번의 행사를 가졌다.   

예보 관계자는 "평소 CEO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만 하던 직원들이 이 자리에서 만큼은 음료와 다과를 하며 조직의 운영 방향, 인사 등 다소 무겁고 민감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용보증기금은 지난 8일 20~30대 직원 20명으로 구성된 청년 이사회 '청춘어람'을 발족했다. 이는 청출어람과 청춘의 합성어로, 젊은 직원들의 활력과 생동감을 바탕으로 더 나은 조직 문화를 선도해 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청춘어람은 지난해 10월 황록 신보 이사장 취임 이후 '밝고 활기찬, 젊고 강한 신보'라는 조직문화 슬로건을 바탕으로 추진 중인 조직문화 혁신과 소통 강화 활동의 일환으로 출범했다. 이 슬로건은 황 이사장이 직접 고안했다.

황 이사장은 위촉식에서 "청년이사회에서 제안한 사안은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며 "신보의 미래를 젊은 직원들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사내 인트라넷에 경영진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소통채널인 '신보하이웨이'를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외부 전문작가를 활용해 조직문화 관련 웹툰 제작 추진한다. 젊은세대가 웹툰에 익숙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술보증기금도 젊은 조직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김규옥 기보 이사장은 지난 14일 젊은 직원 300여명과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이사장은 “젊고 활기찬 조직문화를 만들어 국민에게 인정받고 직원들이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일하고 싶어하는 직장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날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토론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방청객에 있는 직원들을 대화로 끌어들이는 토크콘서트 방식으로 진행했다. 참여한 직원들은 새로운 사업영역과 조직혁신에 대한 생각, 업무량 증가에 대한 우려, 인사 적체 해소방안, 워크앤라이프 밸런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처럼 기관 수장들이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에 신경을 쓰는 것은 이들이 실무를 담당하고 향후  조직의 미래라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노조가 직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는 하지만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은 성격이 다르다"면서 "또 관리자들은 큰 크림을 그리기 때문에 실무에 대한 감을 잃거나 디테일한 부문을 놓칠 수 있는데 젊은 직원들의 의견 개진은 이 같은 허점을 메워준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 공공기관에 근무 중인 이모(37) 씨는 "기본적으로 금융권은 보신주의 문화가 강하고 보수적이라 지금까지 상명하달식의 업무에 길들여져 있었다"면서 "CEO가 마음껏 발언할 수 있는 창고를 공식적으로 만들어줬고 여기에서 오간 대화가 실제 개선으로 이어지니 조직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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