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 이제 시·문학 서적을 취향 따라 용도 따라 추천받는다. 문득 외롭거나 책은 읽고 싶은데 뭘 읽어야 할 지 모르겠는 어느 날 시 한 편, 책 한 권이 곁에 다가와 지친 하루를 달래준다.
문학출판사들이 큐레이션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편집자의 추천을 넘어 독자의 감정과 취향, 읽고 싶은 주제에 딱 맞는 작품을 골라준다.
◆창비·민음사 등 출판사 '나만을 위한 맞춤형 작품 추천' 서비스 잇따라 출시
창비는 다음달 3일 최초로 시 전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요일'을 출시한다. 시인들이 참여해 매일 '오늘의 시'를 선정하고 '우울할 때'나 '혼자 있을 때', '실의에 빠졌을 때'처럼 상황에 맞는 테마별 시를 추천한다. 시인 이름과 시집 제목은 물론 주제·감정·소재에 따라 시를 검색해 읽을 수도 있다.
1975년 신경림의 '농무'로 시작해 400번대에 들어선 창비시선은 물론, 동시·청소년시를 포함해 데이터베이스에 들어있는 작품이 3만3000여 편에 달한다. 정교한 검색과 큐레이션을 위해 작품들에 일일이 태그를 달았다. 시들을 골라 스마트폰 안에 나만의 시집을 만들 수 있다.
또 내가 고른 시를 친구에게 선물하는 기능과 시인들이 작품을 직접 낭송하는 오디오 서비스 '시 낭송'도 제공한다.
창비 관계자는 "고전 한시와 번역된 외국 시로도 서비스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음사의 장르문학 브랜드 황금가지는 최근 오픈한 온라인 플랫폼 '브릿G'에서 작품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판타지·로맨스·무협 등 일반적인 장르소설 분류를 벗어나 소재와 주제, 작품 특색에 따라 세분화했다.
황금가지 편집자 5명이 회의를 거쳐 '솔로부대 직격하는 이야기들', '주체적인 여성의 활약상을 모은 소설들', '한국 사회의 어둠을 투영하는 소설들' 등 테마를 정하고 각각 10편 안팎을 선별해 올린다. 독자는 소설을 곧바로 읽고 리뷰를 쓰거나 평점을 매길 수 있다.
브릿G에는 지난달 1일 운영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000편이 넘는 소설이 올라왔다. 웹소설은 쓰고 읽는 순환주기가 빠르고 플랫폼에 많이 노출될수록 인기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큐레이션이 수많은 작품 중 취향에 맞는 소설을 대신 골라주고 묻힐 뻔한 좋은 소설을 발굴해내는 기능도 하는 셈이다.
김준혁 황금가지 주간은 "찾아 읽는 '귀차니즘'도 해결되고 독자들이 소설에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 작가나 독자가 큐레이션에 참여하는 코너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육업체, 북큐레이션의 시초 … '2015 교육과정' 개정으로 사업 본격화
일부 교육업계에서는 출판사들이 출시하기 이전부터 북큐레이션 서비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2015 교육과정' 개정으로 인해 독서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학부모들의 독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업계에서 내놓는 북큐레이션 서비스는 출판사보다는 균형 잡힌 독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교육적 색채가 더 짙다.
웅진씽크빅이 지난 2014년 내놓은 '웅진북클럽'은 북큐레이션의 원조격에 해당한다.
현재 업계에서 가장 많은 40여만명의 회원이 가입한 웅진북클럽은 40만 회원의 독서 패턴 빅데이터를 분석해 북큐레이션을 제공한다. 웅진씽크빅에서 발간한 서적은 물론 시공주니어, 비룡소, 주니어김영사, 랜덤하우스UK, 하퍼콜린스 등 150여개 국내·외 출판사의 도서 6000여권을 볼 수 있다.
웅진씽크빅이 지난해 8월 출시해 펭귄클래식 코리아의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펭귄클래식멤버스’에서는 펭귄클래식 앱(App)을 통해 주제별 북큐레이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 가능하다. 또 종이책 12권은 물론 펭귄클래식의 전자책 130여권을 1년 간 대여 또는 기간 제한 없이 100권을 소장할 수 있다.
에듀테크 기업 에스티유니타스도 북큐레이션 사업에 진출한다. 국내·외 수상작 및 추천도서, 해외유명 출판사와 협업한 그림책, 교과 및 누리과정 연계도서, 두뇌 발달을 돕는 놀이 키트를 포함한 도서 등을 엄선해 제공할 계획이다. 도서는 단행본 시리즈와 전집이 모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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