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가 ‘5%룰’ 3년 어겨도 모른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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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3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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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금융감독원이 자본시장법상 지분공시 근간인 '5%룰' 감시에 허점을 드러냈다. 슈퍼개미로 불리는 손명완 세광 대표가 무려 3년 동안 법을 어긴 것으로 보이지만, 금감원은 인지조차 못했다.

30일 금감원 전자공시를 보면 손명완 대표는 2014년 2월 26일 코스닥 상장사인 에코플라스틱 주식 95만2948주(5.02%)를 장내 매수했다.

당시 손명완 대표가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공시했고, 이런 소식은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회사 주가가 크게 뛰었다.

그러나 손명완 대표는 2014년 3~5월 에코플라스틱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그는 3년 만인 이달 28일에야 이런 사실을 공시했다.

누구나 상장법인 주식을 5% 이상 매수하면 5%룰에 따라 5거래일 안에 공시해야 한다. 5% 이상 지분 보유자가 1% 이상 추가 매수하거나 팔 때도 마찬가지다.

손명완 대표가 처음 주식을 매수한 2014년 2월께 에코플라스틱 주가는 2000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이에 비해 손명완 대표가 매도를 마무리한 5월께 주가는 3000원대 중반까지 뛰었다. 그는 수개월 만에 주식을 처분하면서 상당한 차익을 남겼을 수 있다.

이처럼 손명완 대표가 5%룰을 어겨가며 불공정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금감원은 공시 후에도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시가 나간 뒤 해당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면서 "현행법상 주식 거래를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매도가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심사를 거쳐 위반사항이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도 마찬가지다. 거래소 관계자는 "확인 결과 주식 거래와 공시 시점 간 차이가 커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아예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응이 늦고, 처벌 수위도 약해 이런 일이 번번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뒤늦게 검찰에 고발해도 피고발자가 모르쇠로 일관하면 벌금형 정도로 끝난다"며 "일반투자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처벌을 강화해 유사행위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제야 조사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부 투자자가 경영참가를 목적으로 5% 이상 주식을 샀다고 공시하면, 주가는 오르게 마련"이라며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손명완 대표는 유리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지분을 처분하고도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추정이 맞다면 허위공시를 통한 불공정거래"라며 "실제로 경영참가 의지가 있다면 대개 주식을 더 사들이지만, 그는 모두 팔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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