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중장기전략-4차 산업] 규제 패러다임 사후규제로 전환…시장 자발적 혁신 여건 조성

중장기전략위,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중장기 정책과제 발표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규제 패러다임을 사전규제에서 사후규제로 전환해 시장 중심의 자발적 혁신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개인정보수집 목적 이외 활용이 어려웠던 비식별화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창의인재 양성을 위해 학사·석사 수업연한도 단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는 3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제3기 2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4차 산업혁명 중장기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전략위는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고용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우리 경제는 산업구조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고용·교육시스템도 경직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상품시장 규제 강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 4위(2014년 기준)를 차지하는 등 경직적인 규제가 신산업의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혁신을 선도할 벤처·스타트업 등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고 암기 위주의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으로 창의적 인재 양성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략위의 분석이다.

특히 아직 영업·판매 등 컴퓨터 대체 위험성이 큰 일자리 비중이 높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조선·철강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도 떨어져 성장률이 정체되고 있고 이로 인해 경제 전반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여력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전략위는 사전금지를 '사후규제 후 강력한 처벌'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시장 중심의 자발적 혁신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우려되지 않는 한 사전금지를 지양하고 정책목표와 기준을 제시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연구개발·경영 활동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기술의 안정성·효용성 등을 시험할 수 있는 시범사업특별법을 제정해 연구·개발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규제를 위반하면 강력하게 처벌함으로써 자율적인 규제를 유도해 감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유경제·인공지능 등 인허가 기준이 미비한 신산업·신기술에 대한 법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데이터 주도 경제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모든 공공데이터를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비공개대상 공공데이터에 대해 주기적으로 공개 필요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전략위는 또 개인정보도 비식별화 조치를 하면 개인정보수집 목적 이외의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유출할 경우에는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데이터 흐름을 공개해 사회적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략위는 정부의 R&D(연구개발)는 기초·원천 연구 중심으로 재편하되 응용·개발연구는 민간 지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이 R&D를 주도할 수 있도록 민간의 역량 강화를 유도하고 R&D 지원은 과제 중심에서 인건비 중심으로 전환해 우수 연구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략위는 스타트업·벤처기업이 산업혁신을 선도하도록 실패가 용인되는 창업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실 실패에 대해서는 신용불량 등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재창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관·분야별로 분산된 창업지원사업을 심층 평가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창업지원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략위는 창의인재 양성을 위해 학사·석사의 수업연한을 단축하고 자율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 스스로 과목과 교사를 선택하는 학점제를 초·중·고등학교에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등 교과과정을 유연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창의적·문제해결 능력 중심으로 학교 교육을 개편하고 이를 통해 조기 졸업도 유도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다양한 전공·경력을 지는 우수인력이 교원으로 채용될 수 있도록 교원채용과정도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략위는 설명했다.

전략위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괄할 수 있는 노동관계 제도 등 다양한 비전형 고용형태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2015년 기준 2113시간에 달하는 연간 근로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1766시간)으로 단축하고 근로시간 한도도 주 52시간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과근로시간을 휴가로 보상받는 근로시간계좌제 등을 도입해 탄력근무를 확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