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송민순 회고록’ 논란이 5·9 장미 대선을 뒤덮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1일 참여정부가 유엔(UN)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에서 북한의 입장을 사전 확인했다는 증거를 뒷받침할만한 문건을 21일 공개하면서 ‘안보 프레임’이 5·9 대선의 뇌관으로 부상한 것이다. 시기는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말기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즉각 ‘송민순 회고록’ 논란을 ‘제2의 NLL(서해북방한계선) 사건’으로 규정했다. 보수진영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20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NLL 포기 발언을 했다며 색깔론을 제기한 바 있다. 문 후보는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송 전 장관은 문건 공개에서 촉발됐다. 송 전 장관이 공개한 문건에는 ‘만일 남측이 반공화국 인권결의안 채택을 결의하는 경우 10·4 선언 이행에 북남 간 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가 초래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송 전 장관은 “아세안+3 회의차 싱가포르로 출국한 노 대통령이 2007년 11월 20일 오후 6시 50분 자신의 방으로 나를 불러 ‘인권결의안 찬성은 북남선언 위반’이란 내용이 담긴 쪽지를 보여줬다”며 “서울에 있던 김만복 국정원(국가정보원)장이 북한으로부터 받은 내용을 싱가포르에 있는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건 하단에는 손으로 쓴 글씨로 ‘18:30 전화로 접수 (국정원장→안보실장)’ 문구가 적혀 있다. 이는 북한의 입장을 전달받은 김 원장이 백 실장을 거쳐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송 전 장관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특히 송 전 장관은 당시 자신이 기록한 수첩에서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문 실장이 물어보라고 해서...”라고 적힌 메모도 공개했다. ‘문 실장’은 문 후보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송민순 문건’이 공개되자,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은 ‘문재인 때리기’에 나섰다.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이날 “송 전 장관에 따르면 문 후보는 거짓말을 크게 한 것”이라며 “국민들이 그런 거짓말을 하고, 북한을 주적이라고 하지 않는 분한테 과연 국군통수권 맡길 수 있을 것이냐”라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문 후보는 거짓말을 멈춰라”라고 가세했다. 김유정 안철수 캠프 대변인은 “문 후보는 지난 2월9일 한 방송에 출연해서 송 전 장관 회고록에 나오는 대북 결재에 대한 논란은 왜곡된 것이라고 했다”며 “더 이상 대선 정국을 거짓말로 물들이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힐난했다.
바른정당은 “문 후보는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상욱 유승민 캠프 대변인단장은 “정직하지 않은 대통령은 북핵보다 위험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자 문 후보와 민주당은 ‘색깔론’ ‘종북몰이’ 등의 날선 발언으로 맞받아쳤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성평등 정책 간담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대선 때 NLL 조작 북풍 공작 사건, 제2의 NLL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문 후보는 “이 문제의 핵심은 송 전 장관이 주장하는 2007년 11월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 방침이 먼저 결정됐느냐, 아니면 결정되지 않고 송 전 장관의 주장처럼 북한에 먼저 물어본 후에 결정했느냐는 것”이라며 “분명히 말하는데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 방침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추미애 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주적 개념으로 공격하더니 이제는 실체도 없는 개인 메모까지 등장했다”며 “얼마나 급하면 그러겠느냐. 색깔론이나 종북몰이를 이용한 공세가 소용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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