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창범 기자 = 강원도 원주시의 터무니없는 행정처리가 전국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는 건물의 건축 허가 신청에 대해 황당한 이유들로 ‘반려’, ‘보완 요구’, 또 ‘반려’를 이어가며 18개월 넘게 건축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를 당하는 곳은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원주교회(이하 원주 하나님의 교회)다.
이런 가운데 하나님의 교회 건축 허가에 대한 원주시의 행정은 원창묵 원주시장의 종교편향적 사심이 개입된 처사라는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27일 교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원주향교가 재정 운영상 어려움으로 하나님의 교회에 웨딩홀 건물 매입을 요청했다. 이후 하나님의 교회는 원주향교와 임대차계약을 맺어 웨딩홀을 임대해 순조롭게 예배공간으로 사용해왔다. 그런데 2015년 원주시청이 향교에 압력을 행사해 임대 연장을 막고 나섰다. 그해 7월 원주향교가 하나님의 교회에 보내온 공문을 보면 ‘(웨딩홀을) 건립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는 성균관과 원주시청의 질타성 지적에 향교의 입장이 난처하다. 계약 만료일인 8월 31일을 기해 임대 연장이 곤란함을 통보한다’고 명시돼 있다. 계약 만료뿐 아니라 ‘재계약 불가’ 통보다.
그런데 원주시청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했다. 교통행정과를 포함해 15개 협의부서가 이미 ‘허가 가능’을 밝혔지만 건축과에서만 처리기일을 연장하며 차일피일 허가를 미뤘다. 그해 12월 1차 서류보완 요구를 하더니, 교회가 이를 완료하자 2016년 1월에는 18개 항목에 대한 2차 보완 요구를 했다. 교회는 여기에도 무리 없이 응했다. 그러자 3월에 또 다시 서류 보완·보정요구서를 보냈다. 사실 1월 중순부터 ‘원창묵 시장의 개입으로 허가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리고 4월 8일, 시장 직권으로 안건이 상정됐으니 심의를 하겠다고 교회에 공문을 보냈다. 심의 날짜는 4월 14일이었다. 법 규정상 건축허가 신청 이전에 마쳐야 하는 심의를 허가신청 후 137일이나 지난 시점에 다시 열겠다고 번복한 것이다. 이는 건축위원회의 심의기준이 정한 기간에서 4배나 벗어난 것이다.
원창묵 시장은 심의를 다시 열기 위한 명목으로 ‘시장이 위원회의 자문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회의에 부치는 사항에 대해서는 심의할 수 있다’는 조례까지 신설했다. 공교롭게도 해당 조례는 원주시가 건축심의를 개최한 4월 14일보다 하루 뒤인 15일에 개정됐다. 원창묵 시장의 개입 의혹이 짙어지는 대목이다.
결국 원주시는 건축위원회 심의를 개최, 2~3분 만에 졸속으로 ‘반려’ 처분을 내렸다. 건축위원회 심의가 결국 ‘반려’ 처분을 내리기 위한 명분 쌓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원주시는 심의회의 당일 건축주와 설계자가 참석해 안건을 설명하도록 하는 심의규정도 위반했다. 심의과정에 건축주를 참석시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의회의 참석 공문을 보내놓고 막상 당일에는 교회 관계자들을 제지해 참석을 막은 것이다.
건축법상 건축위원회 심의 일시, 장소, 안건, 내용, 결과 등이 기록된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시행령 제5조의 8 제1항, 심의기준 제5조 3, 4항), 원주시는 이를 위반하고 회의록을 건축주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심지어 교회 측의 심의회의록 열람 요청을 불허하고 정보공개청구를 하라고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밀실행정, 속결심의에 회의록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심의 개최 후 7일 이내에 청구인에게 심의 결과를 통보하고 10일 이내에 시청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는 규정도 어겼다. 이후 2017년 현재까지 원주시는 납득할 수 없는 내용으로 보완 요구를 하며 반려에 반려를 거듭하고 있다.
원주시의 반려처분 통보 서류에 명시된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교통 혼잡과 주민 민원이다. 원주시는 실체 없는 민원문제를 문제 삼다가 현재는 교통 혼잡 이유만으로 지속적인 보완 요구를 하고 있다. 종교시설 특성상 집회 시작과 종료 후 차량 진·출입 시간이 집중되어 교통 혼잡을 야기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 근거로 옛 LH 건물 앞 진입도로가 평소 차량 통행이 빈번하고 출퇴근 시간과 주말 및 공휴일에 정체현상을 보이는 곳이라고 언급했다.
본지가 직접 취재한 결과 구 LH 건물 앞 사거리는 원주시 측 주장과 달리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교통 체증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지역이었다. (본지 지난해 12월 19·20일 자 22면 보도) 4차선의 넓은 도로인데다 낮 시간대를 비롯해 퇴근시간인 오후 6시 이후에도 차량 통행이 적어 한산했다. 원주 하나님의 교회 이용 신도 수는 700~1000명이다. 교회 측은 “주말예배가 오전, 오후, 저녁 세 차례로 나눠지므로 신도 수가 분산되고 대중교통 등을 고려하면 원주시가 주장하는 교통체증 유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원주향교 바로 건너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들에게도 주변 교통 상황을 물었다. 그들은 “교회 예배가 있는 날조차 신도들이 오는지 가는지 모를 정도로 차분해 교통 혼잡 등의 불편을 느낀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옛 LH 건물의 법정 주차대수는 32대다. 하나님의 교회는 이보다 2배가 넘는 60여 대 규모의 주차장을 마련했다. 그런데 원주시는 법정 주차대수보다 30배가 넘는 “1000대 규모의 주차시설을 확보하라”고 얼토당토않은 주문을 했다. 원주 하나님의 교회 신도 수가 1000명이니 1000대 규모의 주차장을 만들라는 얘기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차량 운전자로 끼워 넣는 억지해석법인 셈이다.
건축 전문가들은 “종교시설의 경우 건물 주차 대수는 신도 수로 산정하는 게 아니라 건물 연면적을 기준으로 한다”며 “법적 기준을 무시한 억지주장에 황당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통 혼잡 예방과 관련된 원주시의 보완 요구서는 일반인은 물론 건축·교통 전문가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교회는 이미 원주시가 요구하는 교통영향대책보고서를 용역 의뢰하여 제출했고, 시의 요구에 맞춰 4월 14일 또 다시 보완계획서를 제출한 상태다. 교통 관련 주무부서인 원주시 교통행정과에서 이미 “문제없다”고 통보한 사항에 대해, 관련 없는 건축과에서 이래저래 트집 잡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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