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베테랑 가드 주희정(40)이 은퇴 발표를 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그의 옆에는 아들 지우(7)도 함께 있었다. 주희정은 “첫째, 둘째 아이랑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게 가장 가슴이 아프다”며 “아이들이 정규리그가 끝난 뒤 1년만 더 선수생활을 하면 안 되겠냐고 물어서 꼭 하겠다고 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주희정은 18일 강남구 KBL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30년간 누볐던 코트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이 자리에는 아들 지우와 삼성 이상민 감독, 이규섭 코치도 함께 했다.
주희정은 “구단과 은퇴 결정을 내린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뭔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면서 “농구에 미쳐 지금까지 살아온 저에게 그 어떤 것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희정은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힘든 싸움에서 이겨가며 이 자리까지 왔다”며 “농구 인생에 후회는 없다.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고려대를 중퇴한 뒤 1997년 원주 동부의 전신인 나래 블루버드에 연습생 신분으로 입단한 주희정은 이번 시즌까지 총 20시즌을 뛰었다. KBL 정규시즌 1044경기 중 1029경기에 출전했다. 20년간 결장한 경기는 단 15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그래서 별명도 ‘철인’이다.
주희정은 정규리그 기준 최다 어시스트(5381개), 최다 스틸(1505개), 국내선수 트리플 더블 최다기록(8회), 3점슛 성공개수 2위(1152개), 리바운드 5위(3439개), 득점 5위(8564점)의 기록을 남겼다. 1997-1998시즌 KBL 신인왕 수상을 시작으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와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되는 등 KBL의 최고 스타로 활약했다.
주희정은 “나는 이렇게 은퇴하지만, 앞으로 우리나라도 나이에 주눅이 들지 않고 미국프로농구(NBA)처럼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프로는 실력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나는 나이가 들면서 주위 눈치를 보게 됐다. 나이를 떠나 최고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한다면 한국 농구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주희정은 지도자로 제2의 농구인생을 연다. 코트를 잠시 떠나 지도자 수업을 통해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주희정은 “많은 것을 보고 배워서 다재다능하고 지도자로 돌아오겠다. 명 지도자로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