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상승은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인한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과 조기 대통령 선거에 따른 정치적 불안 해소가 원동력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내수경기까지 살아난다면 코스피 3000포인트 시대도 그리 황당한 소리는 아닐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상승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오랜 기간 지속된 박스권 장세에 지친 많은 펀드 투자자들이 환매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5년 이상 지속된 박스권 장세에 펀드 투자자들은 줄곧 매도로 대응했다.
하지만 이렇게 지루한 박스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무려 20조원을 순매수하며 개인들의 펀드 매도 자금을 모조리 흡수해 버렸다.
과거에도 대세 상승을 앞두고 주가가 지겹도록 박스권에서 횡보한 적이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 IT 버블이 터지면서 글로벌 경제는 침체로 접어들어 바닥으로 떨어졌고, 국내 증시도 벤처 거품이 꺼지는 시기였다. 월드컵 특수로 잠시 회복되는가 싶더니 카드 사태로 주식이 다시 폭락하는 등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시기가 지속됐다.
그 후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와 중국의 성장에 힘입어 세계 경제는 바닥을 찍고 회복기를 지나 성장기로 접어들었고, 코스피는 마침내 박스권을 돌파하며 상승 추세로 들어서게 됐다.
이번에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사는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듯하다. 개인들이 소외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단지 개인 투자자들의 무지 때문만은 아니다. 펀드를 만들고 운용하고 관리하는 금융회사의 무능함도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간접투자의 대명사인 펀드가 가정 경제에 다소나마 도움이 됐으면 했지만 결국 이렇게 외면 받는 걸 보면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연일 새로운 펀드만 출시하고 '절대수익'이라는 등 온갖 미사여구로 도배하는 금융상품 광고를 보면 화가 날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 저금리·고령화 시대를 살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숙명이다. 공모펀드는 싫고 주식은 어렵다면,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라도 분할매수해서 지수 상승에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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