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8시 33분쯤 홀로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를 나선 박 전 대통령은 약 40여 분 후인 오전 9시 12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수의 대신 남색 정장을 입고 왼쪽 옷깃에 수감번호인 '503번' 배지를 단 차림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머리 모양새는 정갈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올림머리를 하고 양손에는 수갑을 찬 상태였다.
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최순실씨(61)는 밝은 베이지색 재킷에 검은 바지를 입은 모습이었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서 마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임 때보다 다소 초췌한 모습을 보인 박 전 대통령은 재판 도중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와 짧게 귓속말로 대화를 하거나 천장을 올려다보고 방청석을 향해 잠시 시선을 던지기도 했다.
최씨는 지난해부터 공판기일에 출석해 법정에 익숙해진 탓인지 박 전 대통령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재판에서는 변호인과 검찰의 기 싸움도 치열했다.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도 "변호인과 입장이 같다"고 직접 말하며 18개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구체적으로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 공소장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어떻게 공모해서 삼성에서 돈을 받았는지 설명이 빠져 있다"며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과 피고인 석에 나란히 선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도 최씨의 추가 기소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법리적으로도 공모관계나 대가 관계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씨는 "40여년 지켜본 박 전 대통령을 재판정에 나오게 한 제가 죄인"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이나 이런 범죄를 했다고 보지 않는다. 검찰이 몰고가는 형태라고 생각한다"고 박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모습도 보였다.
검찰 측은 박 전 대통령 등 피고인들이 사익을 위해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원석 특수1부 부장검사는 "헌법은 국민에게 주권이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피고인들은 사사로운 이득을 취득하기 위해 절차를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후 1시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에 대한 뇌물혐의 재판에 대해 병합심리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후 이날 첫 공식재판을 마쳤다.
한편 이날 이른 아침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는 '태극기혁명 국민운동본부' 등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석방을 요구했다. 태극기를 든 일부 지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님을 석방하라" "우리의 영원한 대통령님"이라며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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