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592억원 뇌물 수수 등 18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23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은 아이러니하게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기일이기도 하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문재인 시대'에 시작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재판이 향후 문재인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러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최씨와의 공모관계와 핵심 혐의인 뇌물죄 성립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의 사활을 건 진실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지면,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는 정치세력과 지지층의 결집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나온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계기로 친박 보수 정치세력이 결집해 문재인 정부의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적폐 청산 개혁 드라이브에 반격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과 여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개혁법안과 정책이 야당의 반발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재판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도 자유한국당 등 친박 정치세력과 박 전 대통령의 지지층 반발과 일부 국민들의 동정 여론을 의식한 태도로 풀이된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했다"고만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 추도사를 통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개혁 고삐를 바짝 죄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정식 재판이 시작된 것과 관련해 적폐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내고, 새 정부의 개혁에 힘을 실었다.
전날 이명박 정부의 국책사업인 4대강사업 정책감사 추진에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던 바른정당은 "박 전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국정농단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이 국민통합과 화해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와 선긋기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일단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과거 정부들의 적폐 청산과 사회 전반의 개혁 작업을 과감하게 추진하되 국민 여론 추이를 봐가면서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일자리 등 민생과 국민통합을 위한 탕평 인사에 무게를 실으며, 북핵 등 안보 현안 해결을 위해 정상외교 복원과 국제사회 공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향후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다만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여전히 높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인 데다 형도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에도 박 전 대통령 사면 여부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사면 논의는 '열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