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자동차에 부과된 관세 25%를 절반인 12.5%로 낮추는 데 합의하면서 일본 산업계에선 일단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는 안도감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여전히 관세 부담은 무겁다”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일본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담당상은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70분간 회담을 열고 약 100일에 걸친 협상을 타결했다. 상호 관세율 15%는 미국이 무역 협상을 진행해 온 대미 무역 흑자국 중 현재까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 미국 측에 최대 5500억 달러(약 754조원) 규모의 대미 직접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닛케이는 “일본이 강하게 요구한 자동차 관세는 일본 자동차의 수출 대수와 무관하게 세율을 12.5%로 유지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자동차가 대미 수출에서 30%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자동차 관세 철폐 혹은 인하를 가장 중요한 성패 요소로 보고 협상에 임했다.
골드만삭스의 유자와 고타 애널리스트가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실적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관세가 12.5%로 내려가면 일본 자동차 업체 7곳의 비용 부담이 연간 3조4700억엔(약 32조6000억원)에서 1조8900억엔(약 17조7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닛케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에 부과하는 상호 관세를 예정된 25%에서 15%로 낮췄음에도 “일본 기업에 대한 대미 수출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3.3%였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양국 합의에는 “관세를 다시 인상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최종 합의 작업이 지연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 결정으로 관세율이 다시 인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일본의 5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알래스카주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는 불투명한 부분이 있으며 일본 기업 참여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대미 투자 계획에 대해 “반도체와 조선을 중심으로 경제 안보상 중요도가 높은 분야에서 일본과 미국이 협력을 꾀할 것”이라면서도 “의도대로 일본 기업이 투자 확대를 추진할지 여부에는 불투명함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정부계 금융기관의 출자, 융자, 보증 등을 통해 기업 투자를 촉진하려 하지만, 결국 투자 여부에 대한 판단은 기업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견해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닛케이는 알래스카주 LNG 사업과 관련해 채산성이 있는지 아직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야스나가 다쓰오 미쓰이물산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 사업에 대해 일반론을 전제로 “상당히 신중한 사업성 평가가 없으면 투자 판단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토추상사 역시 “현 시점에서 관여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으며 미쓰비시상사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등 기업들이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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