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참의원(상원) 선거에서의 패배에 책임을 지고 퇴진한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여야 정치권 모두 관심은 이미 ‘차기 총재’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요미우리는 이시바 총리가 그간 미국과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어 총리직을 유지해 왔지만 협상이 타결에 이르면서 물러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23일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스가 요시히데 부총재, 아소 다로 최고고문 등 전직 총리들과 함께 자민당 본부에서 회담을 갖고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른 당 재건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회담 후 이시바 총리는 기자단에게 자신의 거취에 대해 “아무런 논의도 없었다”고 언급했지만 요미우리는 “이시바 총리가 자신의 퇴진에 대해서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8월 6일 히로시마, 9일 나가사키의 원폭 기념일, 15일 도쿄에서 열리는 전국 전몰자 추도식, 20~22일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 등 정치 일정과 미·일 정상회담 전망 등을 고려해 퇴진 시기를 판단할 계획이다.
한편 요미우리는 이시바 총리가 퇴진 의사를 굳히면서 자민당 내에서는 후임 총재 선출이 향후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해 이시바 총리와 경쟁한 8명이 ‘포스트 이시바’ 후보로 꼽히고 있다.
가장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인물은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다.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결선 투표까지 진출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23일, 자신과 가까운 의원들과 국회 내에서 정보 교환을 진행한 후 아소 다로 최고고문과 면담했다.
당내 보수파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지난 총재 선거 후 정부나 당의 요직에 취임하지 않고 이시바 총리와 거리를 두어왔다. 다카이치와 가까운 의원들은 지난 참의원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보수층의 이탈을 지적하며 “당 재건은 보수 표를 되찾을 수 있는 총재가 아니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난 총재 선거에서 3위를 차지한 고이즈미 신지 농림수산상과 4위를 차지한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야당도 관심은 ‘차기 총재’로 옮겨가고 있다. 이시바 총리가 만일 퇴진할 경우 10월에 소집될 것으로 예상되는 임시 국회에서의 총리 지명 선거가 신임 총재와의 첫 대결이 될 전망이다.
산케이신문은 “입헌민주당은 야당 중심의 정권 구상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결집 축으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야당 내에서는 신 총재가 이끄는 자민당과의 연계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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