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트럼프 행정부가 4조1000억 달러(약 4600조원) 규모의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 1일∼2018년 9월 30일)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사회안전망 예산을 줄이고 국방과 인프라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 멕시코 장벽 건설 비용과 국방예산 규모 등을 두고 의회 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CNN 머니 등 외신의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예산안 가운데 일단 문제가 된 것은 '멕시코 장벽' 건설 예산이다. 장벽 건설을 완공하는 데 총 300억 달러(약 33조7000억원)가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정식으로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장벽 건설 자금과 관련된 어떤 법안도 거부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최악의 경우 '셧다운(부분 업무정지)'까지 고려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예산안 처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내에서는 국방 예산 규모를 두고 내홍이 깊어지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국방 예산을 6030억 달러(약 677조4705억원)로 편성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회보장비용 등의 비용을 줄이고 국방비를 전년 대비 10%(약 540억 달러)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최소 6400억 달러까지는 늘려야 한다는 게 매케인 의원의 주장이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공화당 상원의원도 "국무부와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의 예산이 약 29% 삭감됐다"며 "국무부 예산안이 삭감되면 또 다른 '벵가지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벵가지 사건은 지난 2012년 9월 리비아의 무장집단이 벵가지 소재 미국 영사관을 공격해 대사를 포함한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으로, 오바마 정부의 대표적 외교 실패 사례로 꼽힌다.
야당인 민주당이 트럼프 예산안에 대해 강경한 비판적 기조를 내세우는 가운데 공화당 내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나오면서 이번 예산안에 대한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미국 경제 성장률이 오는 2027년까지 최대 1.9%를 기록할 것이라는 미 의회 예산국(CEPO)의 예측이 나온 가운데, 여야가 반발하고 있는 내용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제출한 이번 예산안에는 국방비 확대 외에도 △ 저소득층 의료 지원제도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 △ 민관 인프라투자 펀드에 2000억 달러 지원 △ 참전용사 지원 예산 확대 △ 부모 출산휴가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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