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평택) 정태석 기자 = 한국도로공사 화성지사의 자산관리 부실에 행정당국까지 한몫 거들면서 집단민원이 발생했다(5월 15일자)는 보도와 관련, 결국 '님비현상'으로까지 확산됐다.
도로에 설치된 울타리를 두고 한쪽에선 영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행정당국에 승인까지 얻어 한 행동인데 뭐가 문제냐며 맞서면서 불거졌다.
어제(23일)는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도로에 설치된 울타리가 모두 부서졌고, 차량으로 도로를 막는 사태까지 일어나 공무원과 경찰까지 동원됐다. 이 과정에서 한 때 몸싸움과 심한 욕설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한국도로공사의 소극적인 대응과 행정당국의 얄팍한 꼼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거세다.
경기 평택시는 2015년 11월 2일 평택시 지제동 44-5번지 일원 510㎡ 부지를 가도(임시도로) 및 임시 야적장으로 사용하겠다며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도로점용 허가를 받았다.
문제는 평택시가 특별한 계획조차 없으면서도 왜 이곳에 도로점용 허가를 받았냐는 것에 의문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공공의 목적이 아닌 개인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꾸민 '꼼수'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울타리를 설치한 L씨는 "평택시가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점용허가를 받은 곳은 실제 나를 포함해 뒷 상가 대체도로 였다. 국도 45호선과 연결된 고덕신도시 삼성전자 평택공장 후문쪽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이미 2002년부터 평택시에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 개인이 사용하고 있는 구간인데, 평택시가 이 도로를 신설하겠다며 협조를 구했고, 당시 협의 조건으로 대체도로를 요구했는데 평택시는 지금 문제가 된 가도를 사용하라고 공문으로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시 평택시에 대체도로를 요구한 것은 양 방향 통행이었던 기존 도로가 도로개설로 인해 일방통행으로 바꿨고 이로인해 차량통이 어려워지면 식당 영업에 차질이 있을꺼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울타리를 설치한 것 또한 이같은 사용 권한의 이유를 들어 공무원이 정해준 대로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L씨의 주장대로라면 평택시가 도로에 울타리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고,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며 도로공사로부터 받은 도로점용허가는 사실상 대체도로, 그러니까 도로개설과 맞물린 민원 해결을 위한 목적이었다는 게 분명하다.
다시말해 평택시는 이같은 내용을 숨기고 도로공사로부터 점용허가를 받았다는 얘기다. 도로공사는 사익을 위한 점용허가를 절대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평택시 관계자는 "도로공사로부터 허가를 받은 임시도로는 개인에게 사용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도로에 울타리를 설치한 행위자에 대해선 고발조치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화성지사 관계자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안들을 여러 각도로 강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안책이 불투명 하다"면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임시도로에 대해선 관리 책임이 있는 평택시가 허가조건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허가 취소 또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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