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상대는 없다면서 유럽의 운명은 이제 유럽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는 28일 오후(현지시간) 뮌헨에서 열린 한 정당행사에서 "며칠새 경험으로 볼 때 다른 누군가('다른 국가' 뜻도 가능)를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시대는 더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고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그는 청중 2천500명 앞에서 "따라서 내가 단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유럽인들은 우리의 운명을 분명하게 우리 자신의 손으로 챙겨야 한다'라는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영국과 우호 관계를 지속하는 가운데서도 러시아가 됐든, 다른 나라들이 됐든 그들(러시아 또는 다른 나라들) 나라와도 더 좋은 이웃으로 지내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짚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유럽인으로서 우리의 운명을 위해서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싸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야외에 대형 천막을 친 채 맥주를 마시면서 하는 독일 특유의 형식으로 열렸고, 그가 당수로 있는 기독민주당의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당의 호르스트 제호퍼 당수 겸 바이에른주총리도 함께했다.
특히 메르켈 총리의 이 행사 연설은 이탈리아 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불협화음을 노출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독일 주요 언론은 일제히 온라인판 헤드라인으로 이 소식을 올리며 큰 관심을 보였다.
메르켈 총리는 앞서 G7 폐막 기자회견에서 "기후와 관련한 논의 전반이 매우 힘들었다.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 남아있을지 잘 모르겠다"라고 실망감을 표출하고 "6명이 1명을 상대로 싸우는 형국"이라고까지 분위기를 전했다.
G7 최종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지 못했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신뢰와 우정의 협력 리더십 및 '찰떡궁합'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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