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최순실 '열변' 또 외면…주진형 전 대표 등 첫 증인신문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강애란 기자 = "대통령님,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29일 오후 10시 10분,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전부터 이어진 세 번째 공판을 마치고 다시 호송차에 몸을 싣고자 법정 문밖으로 나서려 하자 몇몇 방청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양팔을 위로 뻗으면서 소리쳤다.
그 소리에 박 전 대통령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방청석을 바라봤다. 짧은 순간 지지의 뜻을 보낸 40∼60대로 보이는 여성 3명을 향해 박 전 대통령이 가볍게 목례하자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법정을 떠나자 법정을 나섰다.
첫 증인신문이 이뤄진 이 날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총 12시간 10분에 걸쳐 진행됐다. 점심을 위해 1시간 50분, 오후 휴식에 15분, 저녁 식사를 위해 1시간 10분씩 총 3시간 15분가량 휴정한 것을 제외해도 전체 심리 시간은 9시간에 달했다.
이는 세 번째를 맞은 박 전 대통령의 재판 중 가장 오랜 심리 시간이었다. 앞서 첫 공판은 오후 1시, 두 번째 공판은 오후 6시께 각각 끝났다.
재판이 길게 이어지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내내 침묵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의 증인신문 말미에 재판장이 "피고인들이 직접 물어볼 게 있나"라고 묻자, "없습니다"라고 네 음절로 답한 게 이날 발언 전부였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내내 차분하면서도 다소 지친 듯 턱을 괴거나 고개를 떨구면서 자세가 다소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앞선 두 번째 공판과 마찬가지로 수시로 변호인과 귓속말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적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신년 기자간담회 발언을 비판한 주 전 대표의 진술조서 내용이 공개되자 잠시 주 전 대표에게 시선을 고정하기도 했다.
검찰이 공개한 진술조서에 따르면 주 전 대표는 특검 조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의 공개 발언을 두고 '한마디로 정신 나간 주장입니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3일 열린 첫 공판에 이어 두 번째로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와 법정에서 마주쳤으나 당시와 마찬가지로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정면을 바라보거나 변호인과 대화하면서 재판에 임했다.
특히 최씨가 재판이 끝나기 직전 재판장으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어 억울함을 호소하고 "박 전 대통령이 취한 이익이 하나도 없다"며 옹호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정면을 응시한 채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최씨가 말을 계속하는데도 변호인과 귓속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선 2차례의 공판에서와 똑같은 모습을 유지했다. 구치소에서 구매할 수 있는 집게와 핀을 이용해 머리카락을 '트레이드 마크'인 올림머리 형태로 고정했고, 남색 정장과 구두 차림이었다.
오후 재판이 열려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서자 방청석 앞줄에 앉아있던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 허원제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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