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중국의 반응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미국 금리 인상 등에 위안화가 급락하고 외화가 빠르게 빠져나가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이번에는 큰 요동 없이 담담하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수가 늘었으나 '온건·중립' 속 상대적 긴축이라는 인민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으리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미국 금리 인상 소식에도 15일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오히려 절상됐다. 이날 인민은행 산하 외환거래센터는 달러당 기준환율을 전거래일 대비 0.0087위안 낮춘 6.7852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위안화의 달러당 가치가 0.13% 절상됐다는 의미다.
이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단기적 영향을 줄이려는 인민은행의 의지와 함께 최근 위안화 절하 전망이 힘을 잃고 중국 외환보유액, 환율 시장 등이 안정된 영향이라고 증권전문매체 중국증권망(中國證券網)은 분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는 점도 충격을 줄였다.
인민은행은 오히려 시중에 돈을 풀었다. 인민은행은 15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7일물, 14일물, 28일물을 각각 500억 위안, 400억 위안, 600억 위안치를 발행해 1500억 위안을 주입한다고 밝혔다. 이날 600억 위안의 역RP 만기가 돌아오는 점을 고려하면 900억 위안을 푸는 셈이다.
중국 통화당국의 이러한 행보는 중국 시중 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과도 연결된다. 인민은행의 14일 발표에 따르면 5월 중국 광의통화(M2) 증가율이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5월 중국 M2는 160조14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에 그쳤다. 이는 전달과 지난해 5월 증가율을 각각 0.9%p, 2.2%p씩 밑도는 수준으로 인민은행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후 역대 가장 낮은 수치다. 4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더니 결국 10%대가 무너진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이 올해 초 양회(전국정치인민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의 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제시한 올해 M2 증가율 목표치인 '12%' 달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시장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우선 당국의 구매제한령, 주택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힘이 빠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고 신랑재경(新浪財經)은 15일 보도했다. 유동성 감소는 기업 자금조달 난이도를 높여 최근 중국 경기 회복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처럼 중국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는 국내외 변수가 증가하면서 인민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중국 경기 회복 등을 위해 자금줄을 풀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감하게 방향을 틀 가능성은 거의 없고 현재의 통화정책 운용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우선 중국 경기가 안정됐고 환율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대대적인 통화완화는 필요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 투기 가열, 자산거품 확대와 레버리지 축소라는 핵심 임무를 수행하는 데도 적절하지 않다.
이와 동시에 최근 위안화가 달러 대비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외환보유액도 증가세를 유지하는 등 환율 시장이 안정돼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작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판단했다. 또, 이미 통화정책이 상대적인 긴축으로 기운 상태로,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한 적절한 긴축으로 시장 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비슷하게 신흥국도 미국 금리 인상에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국 금리 인상은 예고된 이슈로 이미 시장에 상당히 반영된 상태다. 즉, 신흥국의 자본유출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또, 금리 인상은 미국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신호로, 이러한 변화가 신흥국은 물론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을 보태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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