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인사검증 공세를 펼치고 있는 야당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내각 인선 지연으로 국정 공백이 우려되고 있는 ‘비정상적인 시기’에 야당이 ‘국회 협치 파괴’를 운운하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과 일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 공세를 강화하며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는 데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인식은 새정부가 내세운 검찰개혁·재벌개혁 등 이른 바 '촛불개혁'을 저지하겠다는 보수 세력의 '발목잡기'식 공세라는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담겼다는 시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지명한 지 28일 만인 이날 강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비외무고시, 비사법고시 출신 인사들을 장관 후보자로 인선한 배경으로 ‘조직의 폐쇄적인 구조’를 들었다.
이른 바 향후 인사 방향이 '비국가고시' 출신 기용으로 '탈서열화' '탈검찰화' 등 강도 높은 조직 내부 쇄신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외교부에 대해 "외교부가 지나치게 외무고시 중심의 폐쇄적인 구조로 돼 있다"며 "4대국을 넘어 외교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나치게 외무고시 선후배 중심으로 폐쇄적인 구조로 돼 있는 것이 외교 역량이 더 커지지 못하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관성적인 4대국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외무고시 서열 구조와 북미를 중심으로 한 ‘친미주의’적인 외교관들이 주류를 이루는 외교부 내부 관행을 꼬집어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역대 외교관 출신 외교부 장관은 대부분 대미 외교에 잔뼈가 굵은 북미국 경험자로, 미국 전문가들의 요직 독점은 안정적으로 외교를 끌어가는 데 도움이 됐지만 외교 다각화를 통한 지평 확대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문 대통령은 "그것이 다 외교부 공무원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회, 정치적 상황, 남북이 분단된 상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외교부가 마음대로 상상력을 펼치지 못하는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외교가 EU나 아세안 국가들이라든지, 아프리카까지도 외교를 다변화하고 넓힐 필요가 있다"며 "대사 임명도 이제는 민간 전문가나 비외무고시 출신자, 여성 등으로 과감하게 넓히면 우리 외교가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 공무원들이 개혁의 대상인 것은 아니다"라며 "개혁의 주체가 돼서 외교부를 바꿔나가야 한다. 국력에 비해 외교 인원이 많이 부족한 것은 국가적으로도 충분히 뒷받침을 하겠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우선 향후 인적구성 다양화를 통해 외교부 내 무게 중심을 자연스레 기존의 대미 외교에서 대 유럽연합(EU), 아세안, 아프리카 등 지역 외교로 이동시킴으로써 외교 다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안경환 법무 장관 후보자 낙마에도 법무부·검찰 개혁은 국민적인 요구인 만큼 차질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검사 개개인들이 개혁의 대상인 것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 중의 일부 정권에 줄서기 했던 극소수의 정치 검사들에게 문제가 있을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어 "대다수 검사는 사회적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검찰이 정치적 줄서기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해 검찰개혁이 '대다수 검사'들도 바라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당면과제가 정치적 중립, 독립을 확보하는 것이고, 거기에 대해서 무소불위 권력되지 않도록 민주적인 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문제를 '극소수 정치검사'로 한정함으로써 검찰 조직 전체의 사기를 꺾지 않고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 움직임은 최소화하면서도 개혁에 힘을 실을 내부동력을 끌어모으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기능들, 검찰 말고도 인권옹호 등 여러 가지 역할들이 많은데, 검찰들이 다 주도하면서 퇴색되고, 제 역할을 못하는 법무부도 탈검찰 하는 그런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그 역할을 하는 법무부 장관은 참 어렵다. 법무부, 검찰 개혁 놓치지 않도록 좋은 분들을 모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박수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해 "인사권자인 대통령은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의 뜻을 살펴 지명을 철회할 수도 있고 유지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며 "안 후보자(의 경우)는 이를 수용하고 국회와 국민의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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