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스스로 내걸은 일자리 정부…집착을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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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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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경제부 기자]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지나친 반복은 거부감을 부른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나 옷도 자주 먹고 입으면 질리게 된다. 적절하게 배분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더 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숨가쁜 한 달이 지났다. 분명히 전 정부와 차별화된 움직임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도 고무적이다. 하반기 한국경제가 저성장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가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확실한 방향을 잡았다.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경제민주화를 3대 핵심 전략으로 꼽았다. 첫 스타트는 일자리로 잡았다. 취임 첫 업무지시도 ‘일자리위원회 신설’이었다.

그만큼 문 정부는 일자리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난 한 달간 매일 일자리 이야기를 빼놓은 적이 없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해 문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까지 모든 눈과 귀가 일자리에 쏠려 있다.

그러나 일자리 정책은 심각한 경제‧사회적인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분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새 정부의 접근 방식에는 의문부호를 던지게 된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마치 박근혜 정부에서 취임 초 내놓은 고용률 70% 달성이나 서비스산업 활성화처럼 현실성이 부족한 정책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박 정부의 두 정책은 결국 임기 동안 관철시키지 못한 채 폐기됐다. 특히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은 법안통과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새 정부의 첫 프로젝트인 일자리 창출 역시 정치권과의 타협 없이는 추진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새 정부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일자리 추경 등 각종 법안 통과가 안갯속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불과 일주일 후 하반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일자리정책만 붙들고 있기는 힘들다. 무수한 다른 현안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가 일자리에 집중하는 사이 한국경제의 산적한 다른 정책은 후순위로 밀렸다. 일단 국가적인 어젠다가 모호하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등 확실한 방향설정이 없다.

대외경제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전 정부의 유라시아이니셔티브와 같은 글로벌 진출 전략이 답보 상태다. 지난 2013년 중국이 신(新)실크로드를 개척하겠다며 내놓은 일대일로가 새삼 부러울 따름이다.

물론 새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새 어젠다를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 국가정책조정위원회에서도 국정과제 우선순위 분류작업이 한창이다. 더 좋은 어젠다를 발굴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하지만 정부 내부 분위기를 보면 지나치게 일자리에 집착하는 것처럼 비쳐진다. 어떻게든 일자리와 사업을 연계시키지 않으면 예산조차 받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용부와 국토부 등 실물경제 이슈 부처 외에는 관심의 눈길조차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놔도 호응이 없다는 얘기다. 이달 말에 나올 하반기경제정책방향도 일자리를 비롯한 3대 핵심 전략에서 벗어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지금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집착'이다.  어느 하나의 정책에 집착하는 순간, 그 정책은 시장성을 잃게 된다. 좀 더 유연하게 멀리 보고 설계하는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수없이 경험했다.

스스로 일자리 정부라고 자처한 만큼, 일자리는 확실하게 챙겨야 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구조적인 부분은 문제가 없는지, 지금 내놓은 정책이 확실하게 효과를 볼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러지 않고 어설프게 정책을 남발하게 되면 취임 초기부터 정책신뢰도를 잃을 수도 있다. 

소외된 부처나 정책분야는 또 다른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 스스로 시장자율에 맡기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일자리 분위기 조성은 정부가 할 만큼 했다.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실천력이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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